매일신문

향후 4년 미국의 길 험난

두 후보가 이전투구를 계속하자 "둘 다 대통령 자격 미달이다" "누가 당선돼도 통치력 훼손이 불가피하다" 등등 회의적인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USA투데이 신문 등에 따르면, "선거 후 보인 언행으로 봐 두 후보 모두 아직 대통령직을 수행할만한 자세가 안돼 있다"고 많은 정치인.학자.전문가들이 지적했다. 대통령으로서 국민에게 확신시켜야 할 리더십과 초당적 자세를 보여주지 못하고 법적 공방과 대국민 홍보전이나 펼치고 있음을 비난한 것.

조지 메이슨 대학 제임스 피트너 교수(정부.공공정책)는 "예상하지 못했던 환경에 갑자기 놓이게 됐을 때 대처하는 능력을 나타내는 것이 대통령직의 본질이나, 그들은 선거 이후 사태에서 조차 그렇지 못했다"고 적시했다.

프린스턴대 프레드 그린스타인 교수(정치)는 "모두 웅대한 정치인으로서의 기질이 매우 미흡하다"며, "한 후보가 다른 후보에게 조용하면서도 정중하게 전화를 걸어 선거분쟁 해결 방법에 합의토록 노력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이렇게 되자 전문가들은, 두 후보 중 누가 당선되더라도 심각한 문제를 안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민의 지지도가 떨어지기 때문. 의회까지 반분된 상황이라 자신이 공약들을 제대로 추진하기 어려우리라는 전망도 나왔다.

스미스대 도널드 로빈슨 교수는 "누가 승자가 되든 여러면에서 매우 취약성을 드러낼 것이며, 정책 추진에도 무기력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탄핵위기를 맞았던 클린턴의 위기도 지금 것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 그래서 스탠포드대 정치역사학과 잭 라코브 교수는 "미국은 매우 험난한 4년을 맞게 될 것"이라고 내다 봤다.

그런 상황은 유권자들의 심리 때문에도 불가피하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했다. 고어가 승리할 경우, 공화당을 지지했던 사람들은 "고어가 법정 투쟁으로 백악관에 입성했다"고 생각할 것이며, 부시가 취임하면 고어 지지자들이 "고어가 플로리다 선거 부정 때문에 낙선했다"고 분노할 것이라는 얘기. 한 전문가는 "미국민 대다수가 이번 선거에 농락당했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고 했다.

외부 시각도 비슷해, 20일자 영국의 더 타임스 신문은 "미국 대통령 선거의 승자가 누가 되든 '선거를 도둑질했다'는 비난에 직면할 것이며, 이로 인한 권위 실추와 선출 논란으로 임기 중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신문은 '누가 이기든 미국은 패자'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이번 선거의 승자가 누가 되든 불안한 의회, 2002년 중간선거에서의 참패 가능성 등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배럴당 30달러가 넘는 유가와 주가지수 3천 주위를 맴돌고 있는 나스닥, 내년에 5천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경상수지 적자 등으로 미국경제 마저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신문은 예상했다.

신문은 위의 3가지를 가장 큰 어려움으로 적시하며, 어느 후보도 그런 도전을 이겨낼 수 있는 인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외신종합=모현철기자 mohc@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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