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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춘문예 시 당선소감

나이를 한 두 살씩 먹을수록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능성'도 한 두 가지씩 사라진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운명이란 것도 겉으로는 거창하게 들리지만, 가능성의 한 갈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스물 다섯 해 동안 내가 취했던 것은 모조리 다 열등의 갈래길들이었다. 살아가면서 찾아오는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지만 ,오늘 내게 다가온 엄청난 가능성의 시작을 조금은 기뻐하며 받아들이고 싶다.

우크라이나에서는 시인을 두고 '가슴으로 말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시는 '가슴으로 하는 말'이 될 터인데, 당선 소식을 듣자말자 여태껏 내가 했던 말들은 모두 혀끝에서만 맴돌아 나온 가성은 아닌가 싶어 덜컹 부끄러워진다.

시는 어떻게 수많은 사람들 사이를 지나 나에게 찾아온 것일가? 그래도 내가 가냘픈 신음이라도 내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일까? 그러면 이제부터라도 차근차근 심호흡부터 해야겠다. 가슴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소리를 만들때까지 피나는 노력과 발성 연습도 해야 할 것이다.

내 작품 최초의 고급독자인 부모님께 어리광을 부릴수 있어서 신난다. 지난 봄 교사로 발령을 받아 한 집에서 살게된 형과 착한 동생과도 어깨동무하고 싶다. 영문과 및 국문과 교수님들, 동국문학회, 누구라고 얘기하면 빼먹을 이름이 있을까봐 차마 말못하는 친구, 선후배님들과도 함께 기쁨을 나누고 싶다. 무엇보다도 졸작과 그 수많은 '의도적 오류'들에게 손을 들어주신 심사위원님께 감사드리며, 좋은 작품으로 꼭 보답해 드릴 것을 다짐해 본다.

▨약 력

△76년 경주 출생

△문화고 졸업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 영문과 2년 재학중

△ 제 10회 신라문학대상시부 가작 입선

△동국문학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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