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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갈항리의 200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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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립공원 금오산. 그 웅장한 산 뒷자락에 고요하게 자리잡은 마을. 때로 켜켜이 쌓인 마음의 먼지를 말끔히 털어내지 못해 답답할 때면 그 곳을 찾는다. 꼭히 눈길 끌만한 것이 있어서도 아닌데,이상스레 마음 풀어놓으려 간다. 군데군데 물새떼가 오종종한 저수지를 지나, 야트막한 산을 돌아,끊길 듯 끊길 듯한 길을 몇 번 돌아 다시 이어지는 곳에 조용히 앉은 마을.

아직도 밥짓는 연기가 굴뚝을 오르고,소여물 냄새가 물씬 풍기고,담벼락 아래 장작이 옹기종기 쌓인 곳. 제멋대로 만들어진 웅덩이 하나만한 논들. 그 곳에서 이어가는 이삭이 꽃보다 화려한 비탈이 있는 곳. 끝없이 펼쳐진 메밀꽃이 내 좁은 마음을 달래주는 곳.

여기서 끝인가 싶은 좁은 마을길을 돌아 작은 계곡을 끼고 좀 더 가면 산아래 소란함 하나 없이 자리잡은 절,갈항사. 언제부터였는지 그저 소박하게 저 아래 마을을 말없이 내려다 보며 조용히 햇살을 맞고 있는,어딘가 비밀스런 기운을 내뿜고 있는 오래된 부처.

이제 새해. 고향을 찾으려는 이들의 발길이 분주할 때,그 곳은 고향이라 딱히 이름붙일만한 곳 없는 내겐 사랑스러운 곳이다. 그러나 금오산 뒷자락을 사정없이 뚫고 나온 이물스런 물건은 또 뭔가. 고속 전철이 그 곳을 지나게 되어있다. 마을 앞에 흉물스럽게 자리잡아가고 있는 거대한 콘크리트 덩어리. 서울과 부산을 단 두 시간만에 돌파한다는 엄청난 괴물. 고향을 떠나 둘둘 꼬인 마음으로 살던 이들이 이제 그 놈을 타고 고향을 좀 더 쉽게 찾을 수 있을까?

시속 300㎞를 육박하는 그 놈이 지천을 뒤흔들 때,갈항리의 새끼 밴 암소는 송아지를 잘 낳을 수 있을까. 금방 세상에 나온 송아지는 깜짝 놀라 푸드득 날뛰지는 않을지.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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