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올 해를 '한국방문의 해'로 정해 외국관광객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더욱이 대구는 올 해 국제청년회의소 아·태대회를 시작으로 2002년 월드컵 축구, 2003년 유니버시아드 대회 등 굵직한 국제대회가 연이어 열릴 예정이어서 대구의 관광인프라 구축은 시급한 과제다. 기자가 한 일본인과 동행, 대구의 관광인프라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점검해 보았다.
경북대에서 석사과정을 위해 대구에 온 지 4년째인 야하라 마사히로(40·히로시마현)씨. 그는 9일 오후 1시 먼저 외국인이 첫발을 딛는 대구공항의 관광안내센터부터 찾았다. 우선 일본어 통역원조차 보이지 않았다. 안내원은 간단한 인사말만 건넸을 뿐 관광지를 묻는 야하라씨의 질문에는 난감해 했다. 안내책자와 지도를 손가락으로 가리키기만 했다. 야하라씨가 몸짓과 영어를 섞어가며 동대구역 버스 노선을 물었지만 제대로 설명을 못한 채 무조건 택시를 권했다.
택시도 사정은 마찬가지. 야하라씨가 동대구역까지 소요시간을 물었지만 운전기사는 '와까리마셍(잘모르겠습니다)'만 되풀이 했다.
택시안에서 야하라씨는 "버스나 지하철 이용방법을 설명한 책자가 없고 안내 받을 곳도 없어 평소에도 택시를 자주 이용하고 있지만 바가지 요금과 빙빙 돌아가는 피해를 볼 때가 적잖다"고 얼굴 화끈한 귓속말을 했다.
어렵사리 도착한 동대구역에서도 갖가지 고충이 도사려 있었다. 야하라씨는 한자로 적힌 관광종합안내소를 찾아 줄을 서 10분여를 기다린 뒤에 부산행 매표소를 물었으나 안내원은 일본말을 전혀 할 줄 몰랐다. 머뭇거리는 동안 뒤에서 기다리던 한국인에게 자리를 빼앗겼다.
그 다음 가 본 지하철은 외국인에겐 미로였다. 각 역에 설치한 시내 안내판에는 영문 표기조차 없고 표 구입 방법도 없었다. 어렵게 표를 구입, 지하철을 타고 목적지에 내려서도 상황은 역시나였다. 출구마다 적힌 여러 방면의 행선지가 한글로만 적혀 있어 어디로 나가야 할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태다.
다시 택시를 타고 달린 시내 주요 도로의 안내표지판은 영문이 너무 작아 가까이 가기전엔 식별이 어려웠다. 또 영어에 익숙지 못한 일본, 중국인 관광객을 위해 한문이 들어간 도로표지판은 거의 없었다. 외국 관광객의 손수 운전은 엄두조차 내기 어려운 도로 사정이었다.
우여곡절끝에 야하라씨는 이날 오후 5시 일본인들이 많이 찾는다는 달성군 녹동서원에 들렀다. 한 해 5천∼6천명의 일본인 찾는 명소로 자리잡은 곳이지만 안내판은 한글뿐이었다. 야하라씨는 아무런 정보도 얻지 못한 채 숙박을 위해 대구를 대표하는 한 호텔에 전화를 했지만 세사람을 거친 뒤에야 겨우 빈방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야하라씨는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안내 받을 곳이 마땅치 않아 밤에는 아예 외출을 하지 않았고 식사는 유명 패스트푸드점을 찾아 해결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의 가장 큰 차이는 외국인의 질문을 이해하지 못할 경우 일본인은 즉시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해서 해결해주려고 노력하지만 한국인은 관광안내소에서조차 이런 노력을 하지 않는것"이라고 꼬집었다.
지난해 11월 말까지 대구를 찾은 외국인은 8천842명으로 전년에 비해 8% 증가했으며 이중 일본인이 3천500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이 미주 2천650명, 유럽 1천400명, 동남아 591명, 중국 212명의 순이었다.
이경달기자 sarang@imaeil.com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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