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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셈 재무장관 회담-미 경기침체 영향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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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끝난 아셈(ASEM) 재무장관 고베 회담에서 "미국 경제 경착륙은 한국.일본 등에 중대한 타격이 될 것"이라는 양국의 공식적 반응이 나온 이후, 미국 경제 동향에 대한 긴장감이 더욱 높아졌다.

◇최근의 미국 경제 동향=한 전문가는 "유통 부문 침체가 명백하다"면서 "자동차.TV처럼 금리에 특히 민감한 대형 소비재 산업의 충격이 현재로선 가장 두드러진다"고 분석했다. 전미 제조업협회(NAM) 회장은 "제조업의 대부분이 사실상 침체에 빠졌다"면서 "제지.철강 등 기초재 산업이 최악의 타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현장에서는 128년 전통의 유통체인 '몽고메리 워드'가 도산하고, 제록스도 3천200명의 감원을 발표하는가 하면, 포드.다임러크라이슬러 등도 재고 정리를 위해 일부 공장의 가동을 중지시켰다. 애플컴퓨터와 BOA(미국은행)도 수익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PC회사인 '게이트웨이'는 지난 주에 전세계 인력의 10%를 감축하겠다고 밝혔으며 타임 워너의 CNN방송도 AOL과의 합병을 앞두고 상당 규모 인력감축을 계획 중이다. 인력감축 바람은 오피스 디포, 시어스 로벅 등 유통업체, 뉴욕타임스.뉴스코프 등 미디어업계의 온라인 사업부 축소, 제너럴 모터스(GM)의 올스모빌 사업부문 폐쇄, 투자은행 J.P.모건체이스의 5천명 인원감축 등으로 확대됐다.

반면 지난 8개월간 민간 기업의 신규 고용 규모는 9만2천명으로, 전년동기 23만8천명의 절반에도 못미쳤다. 특히 제조업.소매업.건설 부문에서 눈에 띄게 위축됐다. 그나마 일부 신규 채용이 이뤄지는 것은 경기 둔화로 오히려 득을 보는 기업이 있기 때문이다. 정리세일 중고품 시장, 파산법 전문 변호사, 직업상담소, 경매업체 등이 그것이고, 사무실 임대료와 사무용품 가격 등이 내려 사업확장 중인 기업도 유리해졌다.

한 데이터 가공업체는 문닫은 닷컴기업의 전화 시스템을 싼 값에 구입함으로써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고, 온라인 사업간 거래 사이트도 파산.청산.재고 문제 증가로 특수를 누리고 있다.

◇평가와 전망=FRB(연방 준비제도 이사회)의 전격적인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제조업.유통 등 주요 업종은 활기를 되찾지 못해, 앞으로도 최소 2분기는 하강 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또 경기가 둔화를 넘어 침체에 빠질 수도 있다며, "FRB 조치는 지난 10년간 미 경제성장의 견인차가 돼 온 소비와 기업투자를 회생시키려는 것이나 전반적 효과 실현은 쉽잖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유력한 경제월보 '블루칩' 경제전망 조사는 "올해 미국 경제는 GDP 기준 2.6%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수치는 0.5%의 성장률을 보인 1991년 이래 가장 낮은 것이다. 블루칩은 "작년 여름부터 성장속도가 둔화되고 있다는 징후들이 많이 감지됐으며, 그 후 속도가 더 빨라졌다"고 말했다. 특히 GDP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개인소비 증가세가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다고 주목했다.

미국민들 사이에서도 경제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AP통신 여론조사에 따르면, 앞으로 일년 내에 자신의 재정상태가 나아질 것으로 기대한 미국인은 작년 봄엔 절반 이상이었으나 지금은 약 3분의 1로 줄었다. 증권투자에 대해서도 지난 봄에는 대다수가 돈이 생길 경우 투자하겠다고 했으나, 이제는 절반 이상이 증시 투자가 잘못된 생각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부 경제학자들은 '임금 인상'을 돌파구로 지목하고 나섰다. 임금을 올려주면 소비가 늘어 결국 경기가 부활하리라는 것으로, 이는 인플레 유발의 악재로만 임금 인상을 바라보는 FRB와는 반대되는 시각이다.

◇아시아에의 영향=한국 등의 경기도 후퇴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 일요일 끝난 ASEM(아시아.유럽 정상회의) 재무장관 회의 참석 차 일본 고베를 방문했던 쾰러 IMF 총재는 "IMF는 미국 경제성장률 예상치를 당초 3.2%에서 2.5%로 하향 조정했다"면서, "이것이 각국에 충격을 줘 아시아 경제 성장률이 지난해 8%에서 5%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누카가 후쿠시로 일본의 경제재정 정책 담당 정무차관도 "미국 경기 둔화는 일본의 수출에 차질을 가져올 것"이라고 인정했다.

ASEM 재무장관들도 고베 회의에서 미국 경제 퇴조에 우려를 표명했으며, 한일 양국 재무장관 역시 경기 경착륙 위험성을 인정했다.

이런 가운데 일본 엔화가 이미 약세 심화세에 들어 가, 약해질대로 약해진 아시아 경제에 더 큰 타격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홍콩의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 신문이 15일 전망했다.

신문은 "한국의 원화와 대만달러,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등의 약세가 두드러질 것"이라며, 특히 한국과 대만은 △수출경쟁 관계인 엔화 약세 △수출주도형으로 인한 미국시장 변동에 대한 취약성 △반도체산업 침체로 빚어진 하이테크 업종들의 실적 부진 등 3가지를 통화 약세의 원인으로 분석했다.

스탠더드 차터드 은행의 츠 로 아시아 연구 책임자는 "한국.대만은 이미 미국 경기 침체 충격 흡수를 위해 통화정책 완화를 검토 중이며, 양국 모두 추가 절하 조치를 통해 엔화 약세의 충격을 완화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외신종합=박종봉기자 paxkore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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