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봉성(46·대구 도동)씨의 일은 깨진 골동품 토기와 자기 조각을 복원하는 것이다. 골동품 애호가들에겐 꽤 알려진 사람. 26년이라는 세월과 만만찮은 복원 실력 덕분이다.
대구는 물론이고 전국의 골동품 수집가나 판매상들이 그의 작업장을 무시로 찾는다. 사람들은 부서진 토기를 포대에 쑤셔 넣고 왔다가 썩 볼만한 토기를 받아 들고 떠난다. 그 중에는 문화재급 토기나 자기도 적잖았다.
주씨는 키가 아주 작은 사람이다. 46살에 주씨를 가졌던 어머니가 낙태를 시도했던 때문이라고 했다. 며느리와 동시에 임신을 했으니 그럴 만도 했을 터. 어린 시절 어머니는 "내가 죽거든 너도 일찍 죽어라"고 했다. 혼자서 세상을 견뎌내기엔 너무 약하다고 생각한 뒤끝의 안쓰러운 절규였다.
토기 복원 일을 시작한 이래 그는 10년 동안 하루 3, 4시간 이상 잠을 자 본 일이 없다고 했다. 그처럼 모질게 토기에 매달린 것은 살아남고 싶었기 때문인지도 모를 일. 그리고 그는 성공했다.
결혼을 했고 튼튼한 아들까지 낳았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하루도 살아내지 못할 것이라고 어머니는 걱정했겠지만, 주씨 부부는 오히려 남을 도우며 살고 있다. 어머니가 살아 계셨다면 얼마나 기뻐할까. 그의 복원작업을 비난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를 인정하는 사람이 더 많기도 하다.
주씨는 일에 푹 빠진 사람이다. 일을 하든 않든 작업복을 입어야 편하다. 친구들과 술잔을 기울이는 때도 그의 마음은 작업장을 향해 있다. 천근의 무게로 몸뚱이를 누르는 이른 아침의 숙취도 그를 작업장에서 떼어 놓지는 못한다.
춥고 화공약품 냄새 나는 작업실에서 꼬박 하루를 보내는 주봉성씨. 그는 어쩌면 조각 난 토기를 복원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한 조각씩 꿰매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금 그의 바람은 문화재를 박물관 높은 담 너머가 아니라 가까운 곳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세상이 됐으면 하는 것이다.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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