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시내를 주유하다 보면 헤네시, 필립스, 산요, 코카콜라, 맥도날드 같은 외국 유명 회사들이나 다국적 회사들의 상품광고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삼성과 LG의 광고 공세도 매우 활발해서, 시내전차인 트롤리버스와 일반버스인 트람버스는 거의 다 삼성 아니면 LG의 디지털 광고를 옆구리에 붙이고 있다. LG는 아예 크렘린 인근의 발사야 카미나(大石橋)란 다리를 통째로 확보, 전 가로등과 신호등에 광고판을 부착해 놓았다. 그래서 이 다리는 흔히 'LG 다리'로 불린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모스크바 무역관의 박기원 차장은 "한국 대기업에 대한 인지도가 높고 삼성과 LG의 전자제품에 대한 선호도 역시 매우 높다"고 전했다.
그러나 러시아가 루블화 표시 외채에 대한 모라토리엄(지불유예, 1998년)을 선언한 직후, 러시아 시장을 저버리고 떠났던 해외자본들은 여전히 회귀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프랑스 독일 미국 영국 키프러스 스위스 네덜란드 등 대(對)러시아 지원 의도를 지닌 일부 국가들을 제외하고는 대규모의 현지 투자를 감행하는 나라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삼성과 LG도 현지 생산공장을 세우지는 않았다.
러시아 연방정부는 물론, 모스크바 시 당국 관계자들이 곤혹스러움을 느끼지 않을 리 없다. 시 국제협력과장 발레리 드미뜨리예비치 이바노프씨는 "러시아는 자원 하나만 보더라도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나라"라면서 "장래를 보고 러시아와 더불어 러시아의 경제를 함께 고민해 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모스크바의 경제현황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했다. 이바노프씨에 따르면 모스크바는 러시아연방의 전체 인구 1억5천만명 가운데 900만명이 모여 사는 거대 도시이다. 경제상황도 비교적 양호해서 지난해 3월에는 1997년도의 대외부채 5억달러중 3억2천만달러를 상환하는 저력을 보여주었다.
경제회복 속도도 러시아연방 안에서 가장 빠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정이 이런 까닭에 모스크바는 자연스럽게 러시아 경제의 중심 구실을 하고 있다. 그런 정황은 수치상으로도 잘 드러난다. 우선 총 외국인투자의 40%가 모스크바에 몰려 있다. 직접투자가 10%에 불과하다는 것이 딜레마라면 딜레마다. 외국계열사는 9만여개가 들어와 있고, 63개의 공장이 합작 형태로 돌아가고 있다.
자금도 거의 다 모스크바에 집중돼 있다. 러시아 전체 자금의 89%가 모스크바에서 운용되고 있다. 금융기관(신용기관)은 667개, 선물거래소는 12개다. 한국과 모스크바의 관계를 살펴보면, 경제협력 조인을 한 1995년 이래로 일정 수준의 교역규모를 유지해 나가고 있다. 무역 총액의 경우 1999년에는 6억3천523만9천달러였으나 2000년 상반기에는 이미 8억달러를 넘어섰다.
모스크바측에서 수출한 액수는 6천411만2천달러, 수입한 액수는 7억6천452만2천달러다. 한국의 교역비중은 5위다. 모스크바는 한국에 인쇄.전자기기 전기자재 라디오 광학용품 및 기구 등을 수출하고, 화학용품 의약품 플라스틱 종이 및 펄프 보일러 전기.교통.스포츠용품 장난감 등을 수입하고 있다. 직접투자 규모는 교역 규모에 비한다면 극히 미미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시 경제활동위원회 고문 블라디미르 V.미로넨코씨는 "한국측의 직접투자는 주로 소규모 식당 같은 요식업 쪽에 치우쳐 있어서 아쉽다"면서 "백화점이나 대형 슈퍼 설립, 호텔 재인테리어를 비롯한 재개발 관련 사업 등에 투자할 경우 적극적으로 협력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시가 특히 해외자본의 참여를 기대하는 사업은 '모스크바 투자 프로젝트'에 일목요연하게 들어있다. 푸쉬킨스카야 광장, 쿠르스키 철도역 할인점, 호텔 '롯씨자''투어리스트''피터Ⅰ(부다페스트)''볼가''오스탄키노''모스크바''고스티니 드보르''페트로브스키 여행자 궁전', 다목적 무역 및 서비스 센터, 국제비즈니스센터(일명 '작은 모스크바'), 스모렌스카야 광장의 무역 및 레저 복합시설, 마술(馬術) 공연 및 쇼 센터, 호텔 및 임대 사무실 복합건물 '페킹', 백화점 '엘리세에브스키', 중앙시장, 주상복합 건물인 '노빈스키 보울레바르드', 도소매 무역센터 '모스크바', 시청 복합건물 '온 노비 아르바트' 등이 신축 및 증개축 대상이다. 그런데 시 관계자들의 그런 희망과 의지에도 불구하고, 현지의 분위기는 그다지 긍정적인 편이 못된다.
푸틴 대통령이 행정부와 지방정부를 효과적으로 장악해 나가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정치.사회적 불안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편 남북한종단철도(TKR)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가 연결될 경우에는 당장 '셔틀 트레이드(Shuttle Trade, 일명 보따리 무역)'가 활발해질 전망이다.
실제로 모스크바에서는 만주횡단열차(TMR)나 몽골횡단철도(TMGR)를 이용한 중국인 보따리 무역상들이 창궐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지 경찰은 동양인만 보면 성가실 정도로 비자 확인을 요구하는데, 이는 밀입국한 중국인 보따리 무역상들을 단속하기 위한 것이다.
글:이광우기자
사진:강원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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