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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이수현씨 영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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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태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살신성인(殺身成仁)의 희생 정신으로 잔잔하면서도 강렬한 감동을 안겨주었던 열혈청년 이수현(26 고려대 휴학)씨는 자신이 다니던 일본어 학원 아카몬카이(赤門會) 동료와 교사들이 오열하는 가운데 29일 오후 2시께 한일 가교의 염원을 안고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났다.

그를 영원히 떠나 보내는 영결식은 이씨의 의로운 죽음을 전해듣고 빈소를 찾아온 조문 행렬이 끝없이 이어지는 바람에 당초 예정보다 1시간 늦은 오후 1시에 겨우 시작될 수 있었다.

○…모리 요시로 일본 총리는 29일 낮 한국인 유학생 이수현씨 빈소를 전격 방문, 조의를 표했다.

모리 총리는 이씨 영정 앞에 분향한 후 이씨 부모에게 "이씨의 죽음이 일본 젊은이들에게도 모범이 되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모리 총리는 또 이씨가 의로운 행동을 하다가 귀중한 목숨을 잃게 돼 유감이라면서 "한 일 관계를 위해 장차 큰 일을 할 사람이라고 들었는데 안타깝다"고 애도했다.

가가와 히데토시 도쿄 신주쿠 경찰서장은 이날 오전 빈소를 방문, 경시총감 감사장과 메달을 이씨 부모에게 수여했으며, 내각 관방산하 '사단법인 일본 선행회'도 감사장을 전달했다.

○…재일한국민단 중앙본부는 29일 이수현씨를 애도하는 성명을 내고 "이씨의 용기있는 행동은 이웃에 대한 사랑이 메말라가고 있는 요즘 한국인의 긍지로서 영원히 마음속에 새겨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정부는 이날 이수현씨와 함께 사망한 세키네 시로(47)씨 등 2명에게 모리 요시로 총리 명의의 서장(書狀)을 증정하기로 결정했다.

서장은 "신체의 위험을 돌보지 않고 구조하려다 귀중한 희생을 치렀다. 인명을 존중하는 참으로 용기있는 행위를 마음으로부터 칭송한다"는 내용으로 되어있다.

일본에서 총리가 인명구조로 사망한 사람에 대해 서장을 증정, 조의를 표한 것은 처음이다.

○…장례식이 끝난후 오후 7시께 이씨의 아버지 이성대(盛大 61)씨와 어머니 신윤찬(50)씨는 아들의 영정과 유골을 나눠 들고 사고장소인 신오쿠보역을 찾아 퇴근길 도쿄시민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이씨 부부는 50여명의 기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역원으로부터 1시간여동안 사고당시의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듣고 숙소로 돌아갔다.

일본 유학중 도쿄 지하철역에서 술에 취해 철로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려다 숨진 이수현(26 고려대 4년 휴학)씨의 유해가 30일 오후 부산 김해공항에 도착했다.

이씨의 유해는 아버지 이성대(62)씨와 어머니 신윤찬(51)씨의 품에 안겨 이날 오후 1시55분쯤 대한항공 714편으로 도쿄 나리타 공항을 출발, 오후 4시20분쯤 부산 김해공항에 도착, 고향으로 돌아왔다.

이씨의 유해는 자신이 살던 부산시 연제구 연산 9동 동서그린아파트에 잠시 들른 뒤 인근 사찰인 정수사(주지 원광스님) 지장전에 안치된다.

한편 이씨의 출신고인 부산 내성고는 졸업생인 이씨의 살신성인 정신을 기리고 후배들의 산교육장으로 활용키 위해 추모비 건립과 장학재단 설립을 적극 추진키로 했으며, 부산시도 시민정신의 사표로 영원히 기억될 수 있도록 학교측에 예산을 지원할 예정이다.

부산 이상원기자 seagull@imaeil.com

이수현씨 여자친구 애절한 추모글

일본 도쿄의 지하철역에서 일본인 취객을 구하다 숨진 이수현(27)군의 여자친구인 한정임(26 부산시 남구)양이 29일 이군의 홈페이지(bluenownuri.net/~gibson71)에 애타게 그리워하는 글을 올려 주변의 눈시울을 뜨겁게 하고 있다.

한양은 이 글에서 "수현아, 나도 퉁퉁 부은 눈으로 아직도 잠못이루고 있지만 난 너무나 널 잘 알기에 니가 정말 좋은 일 했다는 것 알아. 하지만 남아있는 정임이는 어떻게 해. 수현아, 나 어떻게 살아야 되니"라며 통곡했다.

한양은 또 "하늘나라의 제일 좋은 자리에 넌 있을거야"라고 자신을 달래보기도 하지만 "차라리 난 슈퍼맨보다 나만의 수현였던게 더 좋아 다시 되돌리고 싶어. 타임머신이 있으면…"하고 이뤄질 수 없는 현실을 아파했다.

"아니, 내가 대신 죽을 수만 있다면…. 나의 사랑하는 수현이… 넌 없어지지 않아! 지워지지 않아. 항상 내맘속에 언제나 주인처럼 떡하고 버티고 있으니…"

가수인 한양은 이어 "항상 널 위해 노래 부를게…. 널 위해 노래할게. 사랑해!!!"라고 고백하며 글을 맺고 있다.

한양은 지난 96년 강변가요제에서 본선까지 진출하고 지금은 카페나 레스토랑에서 라이브로 노래를 부르고 있다.

한양의 홈페이지 '아나이스(Anais)'는 이군의 홈페이지에 '나의 귀염둥이'로 불리며 링크돼있다.

김대통령 유족에 弔電

김대중 대통령은 29일 도쿄 신오쿠보 전철역 구내에서 일본인을 구출하려다 사망한 고 이수현씨 유족에게 조전을 보내 조의를 표하고 위로했다.

김 대통령은 전문에서 "고인이 비록 우리 곁을 떠났지만 살신성인의 숭고한 희생정신은 한 일 양국 국민들의 마음속에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며 "고인의 의로운 삶은 앞으로도 한 일 우호협력 관계 발전과 함께 길이 남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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