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명동 좁은 골목시장시뻘겋게 얼어버린 얼굴,
늙은 장사꾼들이 추위를 견디어보려고
허공에다
악을 쓰듯 호객(呼客)하고 있다.
악을 쓸 때마다
쭈그렁 바가지모냥 헐렁한 몸 속에서
산 고등어 같은 말들이
툭, 툭, 튀어나온다.
골목 양 켠을 오가며 말들이
만들어내는 시끌벅적한 숲,
머릿속 차가운 언어로는 가 닿지 못하는
이슬 촉촉한 숲, 오늘도
그 경계에서 금전적인 언어로
배추나 한 포기 거래하고
물러나올 뿐인,
- 서림 '박수근 4'
시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대명동 골목시장에 있기도 하고, 시와는 전혀 상관없는 얼굴로 간난한 생계에 매달리고 있는 늙은 장사꾼에게 있기도 하다. 그게 시의 본 모습이다.
이 시인은 시를 그렇게 이해하고 있다.
그러니 '산 고등어같은 말들이 툭,툭, 튀어나온다'와 같은 싱싱하게 살아 퍼덕이는 구절이 건져지는 것이다. 시는 차가운 지식이나 계산이기보다는 차라리 삶의 다른 이름인 것이다.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