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원 이상 돼야 신규통장 개설해주고, 매월 10만원을 유지하지 못하면 2천원을 받는다고 하니 도대체 원금에서 거래유지수수료가 빠지는 은행이 세상에 어디 있습니까?"
이모씨는 최근 매일신문 e메일을 통해 은행에서 이렇게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했다고 말했다. 급여이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통장을 만들긴 했지만 몹시 불쾌했다는 하소연이다.
은행들의 '돈 차별'이 심각해지고 있다. '큰손'은 우대하는 반면 소액 예금자에는 불이익을 주는 '빈익빈 부익부'식의 고객대우차별화에 은행이 앞장서고 있다. 예금금리 인하, 수수료 신설·인상 등에는 열성을 보이면서 대출금리 인하에는 인색해 은행 수익에만 치중한다는 불만도 높다.
서울은행은 다음달 19일부터 3개월간 저축예금 평균잔액이 20만원 미만이면 이자를 주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계좌유지수수료를 물리겠다는 얘기다.한빛·조흥·신한·하나은행 등도 이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올해부터 계정별 예금 평균잔액이 10만원 미만일 경우 월 2천원의 계좌유지수수료를 물리고 5만원 미만 예금으로는 아예 신규계좌도 개설해주지 않고 있는 제일은행은 이를 기존고객들에게 확대적용하는 것을 검토중이다.
또 다른 수수료 신설이나 인상도 잇따르고 있다. 은행들은 다음달 자유화하는 개인연금 계약이전 시 수수료로 최고 3만원까지 고객에게 부담시킬 계획이며 그동안 면제했던 인터넷 뱅킹 수수료도 받기 시작했다.
주택은행은 지난해 하반기 연말정산서류 발급 및 인터넷저축 고객의 창구 돈찾기 수수료 1천원 부과를 신설했고 서울은행은 인터넷 자금이체에 건당 300원, 국민은행은 어음보관수수료로 장당 500원을 받고 있다.
고액예금 우대정책도 갈수록 노골적이어서 ㅎ은행은 1천만원 이상 정기예금에 연 0.4% 포인트, 1억원 이상이면 0.5% 포인트를 더 주며 또 다른 ㅎ은행은 1억원까지는 0.2% 포인트, 5억원까지는 0.3% 포인트, 5억원 이상이면 0.5% 포인트를 가산하고 있다. 이같은 고액예금 우대정책은 모든 은행들에서 마찬가지로 예금액이 클수록 우대폭도 크다.
은행들은 또 수신금리는 계속 내리면서도 대출금리 부담을 덜 수 있는 프라임레이트 인하에는 극히 인색하다. 지난달 기업은행이 0.3% 포인트, 주택은행이 14일 0.25% 포인트 내린 게 고작이지만 수신금리에 대해선 전 은행들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금까지 수차례나 내렸다.
하지만 이같은 은행 경영은 있는 자만 배불리는 것이라는 비판도 많다.
부실여신 예방, 새로운 수익모델 개발 같은 자체 수익구조 건전화 노력 없이 힘없는 소액예금자 호주머니만 넘보며 서민들의 저축심을 위축시킨다는 지적이다.
이상훈기자 azzz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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