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우차 노조 총파업

대우자동차 노사가 정리해고와 총파업으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민주노총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본격 '춘투(春鬪)'에 나설 예정이어서 '대우차 사태'가 올해 노사의 첫 번째 충돌현장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회사측과 채권단은 이번 정리해고가 회사의 생존이 걸린 문제로 더이상 양보할 수 있는 카드가 없는 상황. 4대부문 구조조정의 마무리를 서둘러야 하는 정부로서도 대우차 사태는 초미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올해 상당수 사기업과 공기업이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하는 입장이어서 이번 대우차 총파업은 올해 산업현장의 노사관계를 결정짓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가 이번 사태를 그냥 넘길 수 없는 것은 1천750명의 생산직 근로자가 정리해고로 일자리를 잃은데다 이번 정리해고를 올해 정부가 잇따라 계획중인 각 부문 구조조정의 시발점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

민주노총은 18일 오후 자체 대책회의를 연데 이어 19일 오전 산별 대표자회의와 단병호 위원장 기자회견을 잇따라 개최, 파업지원 대책과 대정부 투쟁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민주노총은 앞서 지난 17일 성명을 통해 대우차의 정리해고를 '김대중정부의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의 결정판'으로 규정, "정부가 구조조정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상징적 차원에서 1천750명 노동자 가정을 파탄냈다"고 주장했다.

손낙구 민주노총 교육선전실장은 "희망퇴직과 무일푼으로 돌아가면서 일하는 순환휴직을 실시해서라도 정리해고만은 피하자는 노조의 마지막 협상안을 즉각 거부한 것은 이를 하나의 '상징'으로 보고 있다는 증거"라며 "민주노총 차원에서 이번 사태에 개입,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민주노총은 경찰이 공권력을 투입하지 못하도록 저지하고 정리해고자등의 총파업이 지속되도록 물품 등을 지원하는 한편 군산·창원·부산공장의 동조파업을 유도할 계획이다.

특히 이번 사태를 대정부 투쟁으로 확대해 기간산업 '헐값' 해외매각, 비정규직 확산 등도 함께 문제삼을 방침이다.

반면 회사측이나 정부 입장도 절박하기는 마찬가지.

회사는 채권단의 자금지원과 법원의 법정관리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형편에서 자체적으로 사상 최대 규모의 정리해고를 막을 방안이 없었던 데다 정부도 공공부문 등 전산업에 걸쳐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회사측은 재고를 줄이고 노조의 총파업에 대비하기 위해 부평공장 승용1공장을 지난 12일부터, 승용2공장을 15일부터 가동 중단했다.

재가동 예정일은 다음달 6일.

그러나 노조가 '농성이 폭력적으로 흐르면 공권력 투입 빌미를 줄 우려가 있다'고 판단, 농성을 최대한 장기전으로 이끌고 간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고 경찰도 일단 가족, 사회단체 등의 농성 합류를 공장 외곽에서 차단하는데 중점을 둘 방침이어서 파업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최악의 경우 미국 제너럴모터스(GM)로의 매각이나 독자생존, 법정관리 등 모든'살 길'이 막힐 공산도 있다.

해외매각과 관련해서는 현재 가장 핵심적인 구조조정인 정리해고를 단행함으로써 '공'은 GM으로 넘어가 있는 상태.

업계는 GM이 3월 정기 이사회 등을 통해 조만간 인수와 관련한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잡음이 지속되면 입장표명 시기가 계속 늦춰져 대우차의 기업 가치가 더욱 하락하거나 GM의 자체 이미지 관리상 인수 포기를 발표할 수도 있다.

따라서 총파업을 '짧고 조용하게' 끝내는 것이 회사측의 최대 숙제.

대우차 사태는 정부와 기업, 노동계 모두가 '밀리면 주도권을 잃는 기세싸움의 현장'으로 보고 총력을 기울일 태세여서 이번 사태의 추이가 올해 산업현장의 평화여부를 가름하는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대우차 직원아파트 표정

17일 인천시 서구 가정동 대우차 직원 임대아파트.

내집마련을 기다리는 대우차 생산직 직원들이 12~16평 집에 사이좋게 붙어살던 이 아파트에 이날 얇은 흰 봉투가 한장씩 날아들자 아파트는 온통 눈물바다가 돼버렸다.

이곳 320가구 중 모두 108가구가 회사로부터 정리해고 통지서를 받은 것.

전날 통지서 발송사실을 듣고 집에서 초조하게 기다리던 직원들은 막상 통지서가 자신에게 배달되자 믿기지 않는다는 듯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해고사실을 실감한 직원들과 가족들이 하나둘 아파트 밖으로 나왔고, 삼삼오오 이야기를 나누던 아내들은 눈물을 터뜨렸고 남편들은 한숨을 내쉬었다.

정모(38·조립1부)씨는 "16년 동안 열심히 일해 아파트 분양계약까지 맺었는데 이제 내 집이고 뭐고 다 끝나버렸다"며 "고향에나 내려가야겠다. 이제 인천이란 도시가 징그럽다"고 말했다.

남편이 엔진공장 노조 대의원이라는 김모(35·여)씨는 "부평공장을 외국에 헐값에 넘기려는 정리해고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드시 싸워서 복직하겠다"고 이를 악물었다.

이야기를 나누던 직원들과 가족들은 '일단 조합에 가서 사정이나 알아봐야겠다'며 하나둘 회사로 발길을 옮겼다.

이날 통지서를 배달한 서인천우체국 집배원 하영기(35)씨는 "10년 가까이 이 일을 해왔지만 이렇게 안 좋은 우편물을 무더기로 배달해 보기는 처음"이라며 "너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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