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과학잡지를 탐독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미래사회를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단어 중에 기상조절이 있었음을 기억할 것이다. 대표적인 기상조절은 원하는 때에 비를 내리게 하는 것, 즉 인공강우다. 핵에너지를 이용하고 유전자를 조작하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여전히 날씨를 인간의 뜻대로 움직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기상학자들 끝없는 도전
현재 세계 100여개국 기상학자들은 인공강우 연구에 매달리고 있다. 원하는 때에 비를 내리게 함으로써 가뭄을 막을 수 있고, 태풍이나 집중호우가 예상될 때 육지가 아닌 바다에 미리 충분히 비를 내리게 해 재해방지도 할 수 있다.
1933년 기상학자 베르셰론이 빙정설을 발표한 5년만에 힌다이센이 인공적으로 빙정핵을 구름 속에 뿌리면 비나 눈을 오게 할 수 있다는 인공강우론을 발표했다. 40여년 전 미국 제너럴일렉트릭사 과학자들은 비행기 위에서 드라이아이스 미세조각이나 요오드화은 연기를 구름에 뿌려 과냉각된 구름을 빙정구름으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구름에서 비가 만들어지려면 작은 먼지가 주위 수분을 끌어당겨 물방울을 키워야 한다. 물방울이 성장해 충분히 무거워지면 비가 돼 떨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작은 먼지가 바로 구름씨(cloud seed)다. 드라이아이스나 요오드화은은 인공적인 구름씨인 셈. 구름 한 점없는 맑은 하늘에 구름씨를 뿌린다고 구름이 생겨 비가 내리는 것은 아니다. 어느 정도 강우 가능성이 있는 구름에 씨를 뿌려야 물방울이 충분히 커지고 또 비도 내리게 된다. 따라서 일부 과학자들은 인공강우란 표현보다 인공증우(增雨)가 적합하다고 주장한다. 씨를 뿌리는 시점이 틀리거나 적당한 구름이 아니면 오히려 구름씨는 구름에 커다란 구멍만 만들어 아예 비내릴 기회조차 없애버리는 치명적인 결과는 낳기도 한다. 최근엔 성장 잠재력을 지닌 구름을 식별해 내기 위해 레이더나 첨단 관측장비를 동원한다.
비용대비 효과 등 과제
21세기엔 물 전쟁이 일어날 것이란 섬뜩한 예고는 접어두고라도 물 부족은 세계 각국이 공통적으로 직면한 문제다. 해수를 담수로 바꾸는 기술도 개발됐지만 여전히 비용문제 때문에 시행이 확대되지 못한 상태다. 결국 물 부족을 해결하려면 강우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다. 미국, 러시아, 호주, 시리아, 이스라엘, 중국 등 10여 개국은 인공강우 시행 전문용역회사가 생겨날 만큼 실용화 단계에 진입했다. 특히 러시아는 1932년 세계 최초로 인공비연구소(IAR)를 설립하는 등 기상조절 분야에서 가장 앞서 있다.
최근 인공강우는 단기적인 가뭄 해갈보다 장기적 측면의 수자원 확보에서 더 효과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미국은 매년 네바다주와 캘리포니아주 경계에 있는 타호호수(Lake Taho) 주변 시에라네바다 산맥에서 겨울철 대규모 인공강설 실험을 시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네바다주 리노와 카슨 지역의 주요 수자원을 공급하고 있다우리나라의 경우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제1차 한·러 기상협력 공동실무회의를 통해 러시아로부터 인공강우기술을 협력받기로 합의했다. 1차로 2003년까지 안개소산기술을 우선 실용화하기로 했다. 안개소산기술은 고속도로나 비행장 등에 짙게 깔린 구름을 엷게 만드는 기술로 항공사고 등의 재해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타지역 피해 등 연구 필요
그러나 인공강우도 수년간 여러 문제에 직면해 왔다. 먼저 환경론자들은 구름에 화학물질을 첨가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지구를 오염시킬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 국립기상조절협회 등 인공강우 옹호론자들은 화학물질의 양이 극히 미미해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구름에 뿌려지는 요오드화은의 양은 ℓ당 0.1㎍(마이크로그램 = 100만분의 1그램)으로 미국 보건국에서 허용하는 농도의 500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
또 일부에선 특정 지역에 인공적으로 비를 내리게 하면 다른 지역에선 가뭄으로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아직 이에 대한 충분한 연구가 이뤄지진 않았지만 대부분 전문가들은 구름에서 빗방울을 짜내는 것이 다른 지역에 역효과를 주진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에 대한 증거로 아직 인공강우가 시도된 지역 인근의 강우량이 줄었다는 보고는 없다. 이는 구름을 통해 내리는 비의 양이 대기 중 수분과 비교할 때 미미한 수준이기 때문.
인공강우가 몇몇 지역에서 효율적으로 시행되고 있지만 아직 극복해야 할 문제는 많다. 과학자들은 극심한 가뭄이 들어 아예 구름조차 없는 경우엔 어떻게 비를 내리게 해야 할 지에 대해 계속 연구하고 있다. 이에 대한 해답은 아직 누구도 찾아내지 못했다.
김수용기자 ks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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