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대통령 국무회의 주재

김대중 대통령이 21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침묵'을 지켰다.김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최선정 보건복지부 장관으로부터 건강보험 재정파탄 문제에 대한 보고를 받았으나 아무런 지시도 하지 않은 것은 물론 인사말도, 마무리 발언도 하지 않았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김 대통령은 또 회의가 끝나자 사회봉을 두드린 뒤 이한동 총리와 국무위원들에게 눈길도 주지 않은채 회의장을 빠져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통령이 국무회의 석상에서 내각에 지시를 하지 않은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더구나 건강보험 재정파탄 위기 등 국정난맥상에 대한 국민적 비판여론이 들끓고 있는 상황에서 김 대통령이 현안에 대해 '침묵'을 지킨 것은 특별한 의미가 담겨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즉 의료보험 문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최 보건복지부 장관 등 내각에 대한 강력한 '경고' 내지는 '질타'의 뜻을 전하기 위해 역설적으로 '침묵'을 했다는 분석이다.

회의에 참석했던 청와대 관계자는 "오늘 국무회의 분위기는 매우 어둡고 침울했다"면서 "김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의미심장한 일"이라고 말했다.

특히 김 대통령은 지난해말까지만 해도 관계부처로부터 금년도 건강보험 재정적자 폭이 1조5천억원 규모에 불과할 것으로 보고를 받았으나 실제로는 적자폭이 4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드러난데 대해 '분노'에 가까운 실망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통령이 이처럼 '역설적인' 침묵을 통해 관계 국무위원들을 '질타'한 점으로 미뤄 내각 쇄신 차원의 대폭적인 개각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더욱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김 대통령은 당초 개각을 하지 않고 현 내각을 끌어나갈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김 대통령의 오늘 '침묵'은 개각을 결심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으며 곧 개각과 관련한 인선작업에 착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무회의에 참석했던 대다수의 국무위원들도 "마지막 국무회의에 참석했구나"라는 중압감을 느끼며 회의장을 빠져나갔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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