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거짓이 없다. 거품으로 인한 일시적인 호황은 가능할지 몰라도 그 대가는 혹독하다. 철저한 자기 반성없이 장밋빛 미래를 기대하는 것은 적어도 경제에서 만은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지도층은 우리경제를 너무 안이하게 보는 것 같아 그 '둔감증'이 오히려 경제를 더욱 악화시키지 않을까 우려된다.
국회가 17일 상임위원회를 열어 여야가 한 목소리로 "현 경제팀은 환상를 버리고 경제현실을 직시하라" "IMF전 상황과 너무 닮았다"는 내용의 질책은 시기적으로나 상황적으로 때늦은 행동이다. 피부로 느끼는 경제사정이 이미 심각한 수준에 이르러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인데도 대책이 나오지 않아 국민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사실 정부는 그동안 낙관론을 피력해왔다. "경제는 이를 생각하는 심리가 중요하다"는 미국 경제학자 루카스의 말을 종종 인용해왔다. 그러나 우리처럼 급격한 변동과 해외변수에 크게 영향을 받는 경제는 단순히 심리만으로 회복되지 않는다. 게다가 구조적인 문제점까지 안고 있는 상황에서 '좋게 보자'는 얘기는 오히려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다. 우리경제가 IMF관리체제로 가기까지 여러 가지 원인이 있었지만 그중 하나가 우리 스스로 경제를 너무 낙관했다는 것이다. 낙관은 국민을 추스르는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유비무환'에 소홀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 환율, 증시, 실업 등 거시지표가 IMF상황과 흡사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물론 외환보유고가 탄탄하고 금리가 낮아졌다는 것은 당시보다 분명 호재일 것이다. 그러나 몇 년 사이 우리는 심각한 부의 불평등으로 인해 사회가 분화됐으며 정책의 신뢰도 상실로 인해 국민들은 절망감에 빠져있다. 국가 '리더십' 능력은 오히려 IMF상황보다 훨씬 못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지금 세계는 미국.일본의 경제상황이 호전되지 않자 1929년의 대공황이 다시 엄습하는 것이 아닌가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정부는 당장이라도 배수의 진을 치고 IMF상황보다 더 깊은 수렁에 빠질 수도 있음을 가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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