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은 높아지고 있으나 행정당국의 문화재 전문인력은 턱없이 부족해 초기 정책결정 오류 등 부실행정이 심각한 사회적 갈등과 경제적 손실을 초래하고 있다.
문화도시를 표방하고 있는 인구 250만 대구시에 문화재 전문인력이라곤 문화예술과에 학예연구사 2명이 전부. 그것도 지난해 7월에야 1명이 겨우 충원된 실정이다. 일선 구.군청에는 학예연구사가 아예 전무한 가운데 일반 행정직 공무원들이 문화재 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며 그나마 잦은 이동으로 지역 문화재에 대한 애정과 관심마저 결여된 상태이다.
이때문에 지금과 같은 편제와 인력으로는 개발 인허가 과정에서의 문화재에 대한 인식부족과 업무능력 미비로 개발의 논리아래 파괴 또는 훼손돼 가는 문화유적의 유지.관리에 속수무책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 학계의 지적이다.
지난해 말 선사유적공원과 불과 100m 밖에 떨어지지 않는 곳에 사전 지표조사도 없이 아파트 건립허가를 내줬다가 뒤늦게 선사유적이 확인되면서 시공이 연기되고 있는 달서구 진천코오롱오투빌 아파트 신축예정지가 가장 가까운 실례 중의 하나.
시굴조사 결과 중요 유물과 유적이 발견되자 개발과 보존을 결정하는 최고 심의기관인 문화재위원회 조차 심의에 진통을 겪고 있는가 하면, 계속된 공사연기에 따른 시공업체와 입주민들의 피해보상 문제도 현안으로 남아있다.
지난 1993년 대규모 택지개발이 진행된 수성구 시지동 공사현장에서는 삼국시대 취락유적이 발굴작업을 코앞에 두고 파괴돼 당시 문화재계가 '시지동의 폭거'로 규정하며 문화재관리정책의 맹점을 비난하기도 했다.
달성 본리리 고분군의 대규모 토목공사와 문산정수장 건설계획 과정에서도 유사한 시행착오가 반복돼 뒤늦은 지표조사를 벌였는가 하면 고대역사를 밝힐 수 있는 귀중한 문화재와 유적들이 사라지는 아쉬움을 남겼다.
양도영 영남대박물관 학예연구원 등 문화재전문가들은 풍납토성의 발굴유적 훼손사건 이래 10년 세월이 흘렀지만 문화재 당국의 행정부재로 '착공-유적발견-시공중단'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영남문화재연구원의 박승규(43) 연구실장은 "각 자치단체가 지역내 매장문화재를 조사.관리할 수 있는 최소한의 문화재 전문인력이라도 확보, 사전 정책결정 오류를 예방하고 공사연기에 따른 사회적 갈등과 주민피해를 최소화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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