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퀵서비스 만능시대

"떡볶이, 담배, 연애편지, 도시락 등 무엇이든 배달해줍니다".오토바이 퀵 서비스업체들에게 의뢰하는 배달 주문이 천태만상이다. 바쁜 직장인의 중요한 서류나 신혼부부의 비행기표 따위의 일에만 이용하는 것으로 여겨졌던 퀵 서비스의 배달품목이 일상생활 잔심부름으로까지 다양해지고 있다.

최근 퀵 서비스업계에 인기 품목으로 등장한 떡볶이 배달. 평균 기본요금 5천원에 추가요금(보통 1㎞당 1천원)까지 붙는 배달료 때문에 떡볶이 한접시 값이 만만치 않지만 소문난 떡볶이 가게엔 퀵 서비스업체의 오토바이들이 장사진을 이룬다.ㅋ퀵 서비스업체의 경우 하루 평균 200여건의 배달의뢰 중 20여건이 수성구 신천시장에 있는 한 가게의 떡볶이 배달 주문이다. 업체 관계자는 "심지어 영천, 경산 등지에서도 떡볶이 5천원어치를 배달해 달라는 주문이 온다"며 "배달요금이 1만5천원에서 2만원을 넘다보니 배보다 배꼽이 큰 셈이지만 주문은 꾸준하다"고 말했다.

일부 고객은 생선회를 포항 등 현지에서 직접 주문, 배달해 줄 것을 의뢰하기도 한다. 도시락을 두고 등교한 학생에게 도시락을 배달해 주기도 하고, 퀵 서비스 직원이 연애편지를 전해주며 '사랑의 전령사' 역할도 한다. 또 직접 구입하기 쑥스러운 성인기구를 대신 사 줄 것을 부탁하는 고객도 있고 담배 심부름을 시키는 경우도 있다.

한 퀵 서비스업체 대표는 "이런 것까지 배달시키나란 생각이 들 정도로 배달품목이 다양해졌다"며 "이런 추세로 대구에만 배달업체가 400여곳으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이처럼 업체간 배달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퀵 서비스업이 범죄에 이용당할 가능성도 적지않은 실정이다. 불법복제 포르노테이프를 퀵 서비스를 통해 길거리에서 은밀하게 접선, 배달시키기거나 내용물을 가르쳐주지 않는 '의심스런 배달'의뢰가 그런 예들이다.

한 퀵 서비스 업자는 "'시민회관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내용물과 연락처는 도착하면 가르쳐주겠다'는 류의 정체불명의 의뢰도 있다"고 말했다.

ㅅ퀵서비스 업주는 "지난달말 한 의뢰인이 선불 10만원을 자신에게 주고 배달처에서 돈을 받으라고 해 가방을 전달했지만 신문뭉치만 든 가방이었다"며 "직원들에게 의뢰를 받을 때 신분과 내용물을 반드시 확인할 것을 주의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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