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유라시아 대륙을 달린다(17)

◈중국횡단철도(TCR)-우루무치

베이징에서 철길로 3천79㎞ 떨어진 신장성 위구르자치구의 중심도시 우루무치.

우루무치란 아름다운 '초원'을 뜻하는 위구르 말이다. 과거 비단길을 따라 동서양을 오가던 대상들에게 오아시스 같은 휴식처 역할을 했던 곳이다.

그러나 베이징에서 이곳에 가자면,현장스님이 '하늘에는 새도 없고 땅에는 달리는 짐승도 없다'고 표현했던 고비사막을 힘겹게 지나야 한다. 또 고구려 장수 고선지가 타슈켄트를 정벌하기 위해 1만 군사를 이끌고 넘었다는 텐산산맥을 멀찌감치 피해 돌아 가야 하니,이것이 옛 비단길의 한갈래 '텐산북로'인 것이다.

이틀의 긴 여정을 접고 우루무치에 자리했을때,도시를 뒤덮고 있는 이국적 냄새가 취재팀을 혼란스럽게 했다. 향 짙은 중국이 아닌,이슬람 색이 너무나 역력한 새로운 세계가 눈앞에 펼쳐졌다.

큼직한 양재기에 양고기를 듬뿍 담아 삶아내는 '펄펄로우'라는 음식이 그랬고,부리부리한 눈에 큰 코를 가진, 그리고 유난히 칼을 좋아하는 위구르인의 모습은 이방인에게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오후 2시께 신장 가오신 기술산업개발구공사 우루무치 대표처 총경리 후위메이의 안내로 도심에 위치한 홍산(紅山.바위산으로 저녁무렵이면 노을에 피빛으로 변한다)에 올랐다.

30층이 넘는 고층빌딩들이 숲을 이루고 있고,시원스레 뻗은 대로엔 차량이 쉴새없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도시외곽에 위치한 산업개발구에선 크고 작은 공장들이 희뿌연 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그러나 우루무치는 1995년 이전까지만 해도 회족,몽골,러시아 등 48개 소수민족이 뒤섞여 사는 볼품없는 변경도시에 불과했다.

그런데 불과 5년여만에 우루무치는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정치,경제,문화 그리고 교통의 중심지로 급부상했다. 더구나 TCR 물류의 거점도시로,6개 국제노선(유럽까지 4시간이면 갈 수 있다)을 가진 국제공항을 가진 교통요충지로,전국 최고수준의 통신시설까지 두루 갖춘 국제도시로 탈바꿈했다.

도대체 어떻게 가능했을까?

"사상을 바꾸니 번개같이 변했습니다. 중앙정부가 뒤늦게나마 우루무치의 중요성을 깨닫고 유라시아 대륙의 교두보로 만들기로 생각을 고친게 뇌관역할을 했던 겁니다" 후위메이 총경리의 말이다.

우루무치가 있는 신장자치구의 잠재력은 실로 엄청나다.

타림, 투하 등 4개의 유전에 100억t의 석유가 매장돼 있고 석탄도 100억t이나 묻혀 있는 등 막대한 양의 지하자원을 갖고 있다. 또 카자흐스탄 등 8개국과 인접해 있어 세력권을 넓힐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

이런 우루무치가 이전에 중앙정부로부터 냉대를 받은 것은 소수 민족간의 갈등 때문이었다. 늘 주민들이 티격대는 골치아픈 존재로만 비쳤다. 그런데 서부개발이라는 호재가 우루무치의 잠재력과 만나면서 연쇄반응을 일으켜 오늘날의 우루무치가 탄생할 수 있었다는 게 후위메이 총경리의 설명이다. 현재 우루무치에는 가오신기술산업개발구, 경제기술개발구 등 2개 국가급 개발구가 있다.

그러나 상황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급속한 개발 과정에서 땅값이 8배나 뛸 정도로 심한 인플레가 발생했고 주민 소득수준이 발전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구매력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때문에 앞다퉈 몰려 들었던 타이완, 홍콩, 싱가포르 등 외국 자본이 서서히 빠져나가고 있다. 그동안 이곳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하나도 없다. 다만 빌딩 건축붐이 일때 현대가 몇몇 건물에 승강기를 설치한 것이 전부다.

이에 대해 우루무치 인민정부 2층 회의실에서 만난 부시장 린광화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과거 우루무치를 빗대 '자원은 1류, 관리능력은 2류, 교통은 3류, 서비스는 4류'란 말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모든 분야에 걸쳐 1류 수준에 이르렀다고 자부합니다. 따라서 최근의 주춤거림은 안정을 위한 조절기간이라 보면 됩니다. 특히 지난해 변경무역액이 10억달러에 달했고, 그해 국제무역박람회에서 13억달러의 계약고를 올린 것을 보면 우루무치의 저력을 알 수 있지 않습니까?"

글.김기진기자

사진.김영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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