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월드와이드-저임금.고령화...러 과학 붕괴위기

인류최초의 우주정거장 건설 등 위대한 업적을 자랑해온 러시아가 재원부족과 과학인력 노령화 등으로 과학의 붕괴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각종 장비의 노후화로 실험, 실습 환경이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는데다 과학자에 대한 대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상당수 고급인력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게다가 정부에서조차 국가정보 유출을 명목으로 외국과의 과학협력에 제약을 가하고 나서 과학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러시아과학의 붕괴위기=인테르팍스 통신은 "소련 붕괴 이후 10년 동안 소련의 과학자 수는 무려 60%나 격감하는 등 러시아의 과학이 붕괴 직전의 상태에 이르렀다"고 지난 2일 보도했다. 지구물리학 연합연구소의 블라디미르 스트라호프 소장은 러시아 과학부흥운동 회의에서, 지난 1990년 당시 소련의 각 과학연구소에서 일하던 과학자들의 수는 200만명에 달했으나 현재는 80만명으로 격감했다고 밝혔다.

또 대부분의 기술 연구소에서 사용되는 장비들이 8~10년 동안이나 새 것으로 교체되지 않아 이들 장비의 평균 사용 연수가 15년이나 되고 있어 각종 실험이 제대로 실시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 국영 연구기관들이 젊은 세대를 유치하지 못해 교수의 평균 연령이 70세에 육박하고 박사의 평균 연령이 60세를 넘고 있다는 것. 또 박사 이전 단계인 '박사 후보생'이 55세나 되고 있어 과학인력의 노령화가 점차 심화되고 있다.

스트라호프 소장은 "러시아는 냉전시대 과학 강대국으로 높이 평가받았으나 이제는 헝가리, 스페인, 폴란드, 뉴질랜드 수준처럼 과학적 잠재력이 가장 낮은 밑바닥 국가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원인=러시아의 과학 위기 원인은 낮은 보수 때문이다. 구(舊) 소련 붕괴 후 과거 10년 동안 과학자들에 대한 보수가 무려 80%나 떨어져 과학자 한 사람에 대한 지출이 다른 선진국의 25분의1 밖에 되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우주비행사. 구 소련시절 국민적 영웅으로 선망의 대상이었던 우주비행사들은 변호사와 은행원 등 자본주의 작업에 밀려 하위권으로 떨어진지 오래. 이때문에 러시아내에서는 테러리스트 진영에 핵 및 미사일 기술을 수출, 호구를 연명하고 있는 과학연구단체들도 늘고 있다.

미국의 과학전문지인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CSM)지는 최근 모스크바에서 남쪽으로 100㎞ 떨어진 곳에 위치한 비밀과학도시 오브닌스크의 참상을 자세히 보도했다. 구 소련시절 원자로 및 미사일, 기타 첨단 무기관련 기술연구를 위해 세워진 오브닌스크는 주민 대부분이 고학력 엘리트 연구원들. 그러나 명색만 최고 엘리트들일뿐 연구원들이 정부로부터 받는 월급은 60달러(한화 7만 8000원)에 불과,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원자로에 필요한 분무필터 기술을 개발하던 연구소에서는 돈벌이를 위해 요드 처리한 빵을 시장에 내놓고 있으며 소화가 잘되는 미네랄 음식도 개발할 예정이다. 또 중금속과 방사성동위원소를 산업분야에 편리하게 이용하는 방법도 연구중이며, 최첨단 '쥐덫'개발에 나서는 등 오브닌스크 과학자들은 필사적으로 '돈줄'을 찾아나서고 있다.

◇정부의 통제= 열악한 환경으로 러시아 과학자들의 사기가 날로 저하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 정부는 러시아 과학자들의 모든 대외 접촉을 상급기관에 보고하도록 했다.

이같은 조치에 대해 과학자들은 전 국가보안위원회(KGB) 출신인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하에서 러시아가 옛 소련시대의 통제체제로 복귀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러시아 정부의 지침은 과학자들에게 외국인의 연구소 방문과 해외 연구소 재정지원 신청 등에 관해 외무부에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러시아 이론물리학연구소의 미하일 페이겔만 박사는 "이같은 조치는 러시아 과학자들과 서방 과학자들간의 접촉을 실질적으로 통제하려는 시도나 다름없다"며 "젊은 러시아인들이 해외로 도피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볼때 "수년 이내에 능력 있는 러시아 과학자들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외신종합=국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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