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국민 가슴속에 아직 살아있다-호치민, 덩샤오핑

격동의 아시아 현대사에 굵은 족적을 남기고 이제 역사 속으로 들어간 호치민(胡志明)과 덩샤오핑(鄧小平). '호치민의 삶 자체가 베트남의 현대사' '덩샤오핑 없이는 중국 현대사를 말할 수 없다'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 이 두 인물은 베트남과 중국에서 절대적이다.

베트남과 중국의 정신적 지도자로 양국 사람들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친 두 인물에 대한 평전이 나란히 우리말로 번역, 출판됐다. AP통신기자로 활동한 찰스 펜이 쓴 '호치민 평전'(김기태 옮김, 자인 펴냄)과 등소평의 막내 딸 등용(鄧榕·중국국제우호연락회 부회장)이 쓴 '불멸의 지도자 등소평'(임계순 옮김, 김영사 펴냄). '호치민 평전'은 베트남과 베트남 현대사를 올바로 이해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호치민의 삶과 사상을 체계적이고 객관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어린 시절부터 서거까지 호치민의 정치사상과 활동, 고난, 그리고 국제 공산주의 활동과 대미관계, 제1차 인도차이나 전쟁과 베트남전까지 두루 기술했다.

오늘날 베트남에서 비록 가명이지만 호치민(1890~1969)이라는 이름은 아직도 유효하고 강력하다. 베트남을 움직이는 정신적인 힘은 공산주의 이데올로기가 아닌 '호치민 사상'이라고 할만큼 그가 베트남에 남긴 인상은 강하다. 자신을 '직업적 혁명가'라고 표현한 그는 마르크스를 읽으면서 국제 공산주의를 통해 조국 독립을 쟁취하기 위해 헌신했다. 비범한 지성과 뛰어난 인격, 지도자에게 필요한 모든 자질을 갖고 있었다. 또 준엄함과 인내력, 강철같은 결단력과 혁명의 대의에 혼신을 다하는 노력은 하나의 철학적 개념이 될 정도다. '박 호(호 아저씨)'로 불릴 정도로 항상 친숙하고 접근하기 쉬운 아저씨였던 호치민, 그의 사상은 오늘날 베트남인을 이해하는데 무엇보다 중요한 키워드다.

'호치민 평전'이 그의 생애 전부를 관통하고 있는데 비해 '불멸의 지도자 등소평'은 1966년부터 10년간 중국 문화대혁명 시기 덩샤오핑의 행적과 문혁(文革)의 숨겨진 내막을 기술한 전기다.

'자본주의 노선으로 나아가는 집권파'로 지목돼 모든 공직에서 파면된 덩샤오핑과 뿔뿔이 흩어져 공포의 나날을 보내야 했던 그의 가족들이 문혁동안 어떤 고초를 겪었는지, '부도옹(不倒翁)'이라는 별명처럼 이런 고난을 딛고 중국 현대사의 전면에 다시 등장해 어떻게 오늘날 현대 중국의 기반을 닦았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덩샤오핑의 비서실장 겸 퍼스트 레이디 역을 맡아 중국정치의 동심원 안에 존재했던 저자 등용은 역경 앞에서도 흔들리거나 주저앉지 않았던 정치가로서의 덩샤오핑, 고뇌하고 힘겨워할 수밖에 없었던 인간 덩샤오핑에 대한 기억을 복원해 정확하고 상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그의 사후인 1999년 10월 1일 중화인민공화국 건국50주년 기념행사에서 장쩌민(江澤民)은 "덩샤오핑 동지의 교시에 따라 사회주의 현대화의 목표를 향하여 개혁개방의 행진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 선언은 중국 공산당의 기본 이론과 노선이 바로 덩샤오핑으로부터 출발했음을 확고하게 시사, 현대중국사에 있어 덩샤오핑의 그림자가 그 어떤 인물보다 짙게 드리워져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서종철기자 kyo425@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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