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칭기즈칸의 무덤

중국 명나라 14대 황제 만력제(萬曆帝)는 놀기를 좋아했다. 재위 48년동안 제대로 정사를 돌본 일 없이 주색과 풍류에만 묻혀 살았다. 그 결과 나라는 엉망진창이 됐고 명나라는 몰락해 갔다. 죽음이 임박했을 때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니 내세워 기록할 치적(治績)이라곤 한가지도 없었다. 그래서 만력제는자신의 무덤인 정릉(定陵)의 치적비를 글자 한 자 없는 '무자비(無字碑)'로 세울 수밖에 없었다. 대신에 황제는 뒤늦게 크게 반성하고 죽어서라도 선정을베풀겠다며 무덤속에 자신과 황후의 옥좌를 설치, 저승에서 나마 정사를 베풀 준비를 완비 했다던가.

▲아무튼 과거 황제들의 죽음은 신비스러웠고 또 어떤 면에서는 잔인했다. 황금 마스크로 유명한 고대 이집트의 투탄카멘왕의 피라미드를 발굴한고고학팀이 원인모를 이유로 모두 몰사 했다든지 세계 8대 불가사의로 꼽히는 진시황릉에서 발견된 토용(土俑)들이 6천개나 되지만 그 모두의 얼굴이 각각틀리고 대오와 군비가 정제 됐다는 등 신비스럽기만 하다. 더구나 투탄카멘의 무덤에는 '왕의 미라를 건드리는 자에 저주 있을지니…'라고 했다하고 진시황릉에는 들어서기만 하면 3천개의 창과 화살이 발사되는 장치까지 설치됐다니 그 엽기적인 무덤모습에서 절대권력의 전형을 보는 듯 하다.

▲이런 터수에 그동안 그토록 찾아 헤매던 칭기즈칸의 무덤일지도 모르는 고분군을 몽골의 울란바토르 북동쪽 320㎞쯤에서 찾았다는 보고에 세계고고학계가 설레고 있다. 칭기즈칸이라면 인류사상 최대의국가를 건설한 절대 권력의 황제. 그래서 그의 무덤도 전시황릉 이상의 슈퍼급이 될 것이고 보면 세계 고고학계가 관심을 쏟을만도 했다. 그러나 진시황릉이나 이집트 피라밋 공사를 맡았던 사람들이 비밀 보장을 이유로 황제와 함께 순장됐듯이 칭기즈칸의 무덤도 공사담당자들이 모두 피살됨으로써 무덤의 위치는 영원한 비밀속에 묻힌 채 잊혀졌던 것이다. 전설에 따르면 공사를 맡았던 2천명의인부들은 800명의 군인들에게 몰살 당했고 임무를 마치고 돌아가던 800명의 병사들 역시 '무덤의 위치를 알고 있다'는 똑같은 이유때문에 또 다시 살육됐다니 끔찍하다. 비록 황제일지라도 죽고나면 아무것도 아닌 것을 그들은 그토록 몰랐을까. 만약 그처럼 무참한 살육을 자행한 그들 영웅들의 영혼이나마 아직도 있다면 지금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궁금하다.

김찬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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