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작 마당에 엎디어 불볕을 견딘 채송화, 꽃따지 키 낮은 꽃들떠밀리고 떠밀려 어스름 속 수제비국을 받아들면 거기,
국물 속에 떠오르는 또 하나 감자알
감자는 자주 목이 메이지, 단칸 셋방 옹기종기 모여 앉은 식구들
누군가의 발길질에 끓던 국솥이 뒤집어지고, 샛강의 어둠이
대문 안으로 밀려들고, 아이들은 소리치며 골목으로 내달아친다
국은 기름때의 세월은 진 냄비처럼 마당에 굴러 떨어져
이윽고 여름이 지나가는 것이다
늙은 어머니는 화단의 봉숭아를 뜯어 달아나려는 열 손가락을
칭칭 붙들어매고, 식은 국물 속 죽은 귀뚜라미를 남몰래 건져 내고,
마루까지 몰려온 어둠을 천천히 쓸어 내린다
···········
아이들이 벗은 무르팍
딱딱한 피딱지를 떼어 내면 묵은 상처 속
봉숭아 손톱같은 달은 다시 차오르고
-장옥관 '가을 달'
도시변두리 가난한 서민들의 가을맞이가 사실적으로 묘사된 시이다. 삶의 진한 페이소스가 느껴진다. 시에서 사실성이 시인 개인의 사적 주문(呪文)으로 떨어진 모호성에 비해 어떤 힘을 발휘하는 지를 이 시는 잘 보여주고 있다.
여름 내내 수제비국으로 연명한 이들에게 가을 달은 어쩌면 풍요의 기호이다. 뒤집어진 국솥과 딱딱한 피딱지를 떼어내며 '푸른 멍자국 짙은 그 달'이 솟아올라 비로소 우리의 옹색한 살림살이는 위무되는 것이다.
김용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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