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소비인구 감소로 인한 구매력 상실, 교통 발달이 초래한 상권 상실, 현대식 유통방식을 동원한 대형 할인점들의 공습…. 사면초가 속에 갈수록 위축되기만 하던 재래시장은 과연 회생할 수 있을 것인가?
결국 영세 상인들의 뿌리 뽑힘을 동반함으로써 단순한 시장의 문제를 넘어 결국은 사회 문제와 사회 변화로 연결될 수밖에 없는 재래시장을 살리기 위해 정부가 엄청난 돈을 쏟아 넣고 있다. 과연 회생할 수 있을 것인가?
◇5일장을 바꿔라!=경북도내 재래시장은 상설 68개, 5일장 112개 등 180개. 그 중 132개가 아예 주차장을 못갖추고 재래식 화장실 등 불편한 모습을 20년 이상 계속하고 있는 등 시설이 낡은 곳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경쟁력을 높이겠다며 경북도청은 대대적인 보완 작업을 시작했다. 2005년까지 77억3천200만원을 들여 40개를 정비할 계획인 것.
그 중 특히 22개 시군(울릉 제외) 별로 한 개씩은 2003년까지 17억7천여만원을 들여 시범 5일장으로 만들고 있다. 기계(포항) 외동(경주) 황금(김천) 등 시장이 포함돼 있고, 9개는 이미 완성됐으며, 구룡포(어류.포항) 양북(산채.경주) 산내(산채.〃) 등 3개는 전문 특화키로 했다.
시군청들도 독자적으로 5일장 살리기에 나서서, 청송군청은 이미 1996년부터 5억1천여만원을 들여 5개 5일장 정비사업을 마쳤다. 의성군청은 2억2천여만원을 들여 상설인 염매시장을 현대화시킨 뒤 상권이 살아나자 의성읍.금성.봉양 등 9개 정기시장도 개선키로 했다. 봉양의 신영훈(44.화전리)씨 등 상인들은 "건물을 새로 짓고 주차장을 갖추면 5일장도 충분히 경쟁력을 회복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5일장을 관광코스로?=영천시청은 상설인 완산시장에 7억원을 들여 내년 상반기까지 3층 건물과 아케이드.화장실.주차장 등을 만들어 함께 서는 5일장을 정착시키기로 했다. 영덕군청은 영덕.강구.남정.영해 등 4개의 5일장을 내년부터 개선키로 했다.
5일장을 향수 가득한 관광상품으로 연결하려는 시도도 있어서, 문경시청은 가은 5일장을 관광객 체험장 겸 산지 농산물 구매장으로 거듭 태어나게 하기 위해 9월부터 현대화 작업에 나서기로 했다. 구미시청은 장천 5일장을 금오산 등 관광지와 연계해 관광코스에 넣을 계획이다.
◇상설시장엔 유리한 경쟁력을=상설시장 68개 중 16개 정비에 2005년까지 800억원 가량이 투입될 예정이다.
도청은 82억원을 들여 2003년까지 죽도(포항) 중앙(안동) 경산 등 시장 정비에 들어 가 하수도 개설, 장내 도로 포장, 주차장.아케이드 설치 등 작업을 할 계획. 또 시장별로 인터넷 홈페이지를 만들고 시장 경영 지원센터도 운영키로 했다.
도내 최대 규모 상설시장인 죽도 경우 도청 계획 이전에 이미 포항시청이 121억원을 들여 주차장을 만들고 도로를 6차로로 확장하는 등 현대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활성화 기획단이 구성돼 다양한 시안도 마련 중이다.
안동 중앙시장은 1999년 재개발이 추진되다 무산된 후, 오는 11월부터 상가를 연결하는 아케이드를 설치하고 각종 편의시설을 보강키로 했다. 김천에선 황금(농축산물.어류) 평화(청과류) 부곡(음식류)시장을 특화하고, 영천 한약재시장에도 전문 상가단지 건립이 추진되고 있다.
◇성공의 조짐들=이렇게만 하면 재래시장들은 거의가 되살아 난다고 확신해도 되는 것일까?
일부 성과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의성 염매시장이 그렇고, 1998년에 40억원을 들여 지하 1층, 지상 3층으로 정비한 문경 중앙시장도 51개 점포가 영업 중이다. 12억원을 들여 1997년 개선된 영양시장도 81개 점포가 자리 잡자 군청은 홈페이지를 통해 각종 특산물을 홍보하고 있다.
1999년에 5천만원을 들여 건물.화장실.휴게소 등을 정비했던 안동 구담시장은 정기 장날 그때그때 희망 상인에게 입점권을 주는 형식으로 운영됨으로써 난장을 한 곳에 모은 것과 같은 효과를 내고 있다.
◇투자 제대로 될까?=그러나 상황이 워낙 열세인데다 육성책도 지지부진하기 일쑤여서 실제 효과가 위력적이지 못할 가능성도 늘 제기되고 있다.
영주 하망동 공설시장 현대화에는 무려 400억원이나 필요할 전망이나 시청이 부담하기엔 무리이고, "현대화한다고 상권이 활성화 된다는 보장이 없다"며 상인들도 반대하고 있다.
139억원을 들여 시작한 안동 용상시장 개선 공사에 대해서는 시의회가 사업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시청의 과도한 재정 부담, 분양 및 시장 활성화 불투명성 등이 반대 이유. 이 동네 김만형(45)씨는 "이미 대형 유통점이 상권을 장악한 상황에서 수백억원을 넣는 것은 무리 아니겠느냐"고 했다.
9개 5일장 중 5개만 명맥이 유지되는 상주에서도 상권 확보 방안이 없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경주 안강시장, 포항 죽도시장은 엄청난 자금 부담이 불가능해 근본적인 대수선은 손도 못대고 주변 정리나 할 수 있을 정도이다.
얼마 전 포항시청에서 열렸던 '죽도시장 활성화 토론회', 김천시청에서 열렸던 '김천 재래시장.상가 현대화 방안 연구 보고회' 등에서도 그런 고민이 역력히 드러났다.
사회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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