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한국 청소년의 윤리 무너지나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이 동아시아.태평양지역 17개 국가 1만73명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실시한 존경심에 대한 조사 결과는 그동안 동방예의지국이라는 자부심으로 살아온 우리에게는충격적이다. '어른을 전혀 존경하지 않는다'는 20%로 꼴찌인 것은 물론 조사대상 17개국의 평균 (2%)보다 10배에 달하고 있다. 또 교사를 존경하는 인물로 꼽는 숫자도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조사결과를 액면 그대로 믿을 수는 없다. 그래도 우리나라 청소년이 아직은 다른 나라보다는 어른을 공경할 줄 아는 나라임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사결과가 이렇게 나왔다는 것은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행동은 그렇게 하지 않더라도 적어도 마음만은 이미 삐뚤어져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에있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도덕 재무장 운동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여기에 특히 유의해야 할 것은 지금까지처럼 농경문화의 유산인 유교적 질서를 그대로 강요해서는 안된다는점이다. 다시 말해 효(孝)는 불변이지만 효의 방법은 시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시대가 달라졌으므로 시대에 맞게 유교적 질서는 재평가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가령 유교문화에서는 개인과 개인간의 관계문제는 확실히 규정되어 있으나 개인과 공동체간의 관계는 확실치 않다. 이것이 바로 도시화 중심의 현대생활 질서에서 혼란을 초래하고 있는 한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도 한국 가정에서는 남을 존경하라는 등의 외향적 가치보다는 거짓말하지 말라는 등의 내향적 가치를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시대적으로도 농경문화의 구 가치와 정보화 문화의 신 가치가 상호 비판을 통한 공존모색도 필요한 전환기이다. 청소년 교육도 매라는 권위보다는 대화라는 민주적 자세를 가져야하고, 교육의 목표는 자기수양이라는 인격적이고 내향적 가치보다는 감사와 칭찬이라는 외향적이고 긍정적 자세를 갖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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