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안경률.유성근 의원이 19일 대정부질문을 통해 이용호게이트의 몸통이라며 민주당의 김홍일 의원과 권노갑 전 최고위원, 정학모 LG스포츠단 사장을 실명으로 거론함으로써 여야가 정면충돌하고 있다.
민주당은 20일 두 의원을 명예훼손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고 여기에 검찰이 노량진수산시장 매각입찰건과 관련해 한나라당 의원들을 참고인으로 소환키로 함으로써 정국의 긴장도는 더욱 높아가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용호 게이트'의 몸통이라며 실명을 거론한데 대해 민주당이 법적 대응을 내세우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오자 "국정조사와 특검제를 통해 진상을 밝히자"며 초강수로 여권을 압박하고 있다.
19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한나라당 안경률 의원은 "호남 인맥에서 정학모씨는 김홍일 의원 이상의 존재로 알려져 있다"며 LG스포츠단 사장인 정씨와 김 의원의 관계 그리고 정씨의 이권개입설을 주장했다. 안 의원은 "정씨와 김 의원이 광주 프라도호텔에 숙박할때 이 호텔 사장인 여운환과 잦은 회동을 가졌다"며 "검찰 내부에서는 이용호 게이트의 몸통인 정씨와 김 의원, 권 고문을 보호하기 위해 사건을 축소 은폐하려 한다는 비판이 있다"라고 폭로했다.
또 "정씨는 LG 건설의 서울외곽순환도로 4공구 공사를 675억원에 에덴건설 윤일정 사장과 정원종합산업에 알선해 주는 대가로 공사비 3%를 챙겼다는 의혹과 함께 두산중공업 윤모 사장에게 청탁, 대구~대동간 고속도로 공사와 관련, 에덴건설에 총 440억원의 오더를 받게 해주고 공사비의 3%를 챙겼다는 의혹이 있다"며 조사를 촉구했다.
이와함께 "한솔엠닷컴의 경우 현 정부의 외자 유치 미명 아래 캐나다 BCI와 미국 AIG가 약 3천500억원의 지분 참여를 했는데 작년 6월 민영화를 앞둔 한국통신이 한솔 지분을 2조4천억원에 인수한 사실이 있다"며 "이 거래로 발생한 차액 2조원이 대선 비자금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유성근 의원은 "모 수사기관의 정보 보고에 의하면 김 의원의 지난 8월 제주도 휴가에 정씨와 에덴건설 윤일정 사장, 조풍언씨가 동행했고 이용호와 여운환도 제주도에 합류했다"고 밝혔다. "특히 조씨는 김대중 대통령의 일산 자택을 구입한 사람으로 미국 무기 생산업체인 ITT사의 한국측 에이전트로 계약, 지난해 11월 국방부와 전투기 항법장치와 야간투시장비 등 무기 4천800여만불 어치에 대한 판매계약을 성사시킨 장본인"이라고 강조했다. 유 의원은 "지난 99년 정씨의 LG 스포츠단 사장 영입에도 김 의원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설이 유포되고 있는데 총리는 관계 국무위원으로부터 보고 받은 적이 있느냐"면서 "이 보고서의 제목은 '이용호 게이트 몸통의혹 정학모 관련 동향'으로 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권철현 대변인은 20일 "민주당이 원하던 이용호 게이트의 몸통인 K.K.J 이니셜에 대한 실명을 공개했는데 필요 이상의 반응이 오히려 수상하다"면서 "국민들의 알 권리를 위해 국정조사와 특검을 통해 진실을 규명하자"고 요구했다.
박진홍기자 pjh@imaeil.com
○…한나라당이 19일 김대중 대통령의 장남인 김홍일 의원의 실명까지 거론하며 '이용호 게이트' 몸통으로 지목하자 민주당은 20일 한나라당의 안경률.유성근 두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지검에 고발하는 등 정면대응에 나섰다.
민주당은 이에 앞서 19일 원내대책회의와 의원간담회에 이어 20일 고위당직자회의를 열어 법적 대응을 포함한 강경대응 방침을 정하는 한편 민.형사상 책임을 반드시 묻기로 했다. 또 실명 거론이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의 직.간접 지시에 의한 것이라고 판단, 이 총재도 함께 고발키로 했다.
박상천 최고위원과 이상수 총무 주재로 열린 19일 원내 대책회의에서 참석자들은 "야당이 면책특권을 악용, 의혹부풀리기를 시도하고 있다"며 "한나라당이 여당의 전.현직 의원들의 실명을 거론한 것은 개인문제를 이용호 게이트와 연개시킨 부도덕한 정치공세"로 규정하고 "10.25 재.보선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비난했다. 전용학 대변인은 "우리당 인사가 누구누구와 알거나 가깝다는 것과 '이용호 게이트'사건에 그 사람들이 연관됐다는 것이 무슨 상관인가"며 "정치인에 대한 인격테러 행위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0일 고위당직자회의에서는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이 사생활 침해와 명예훼손의 영역까지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 제도적 개선책을 강구키로 했다.
한편 19일 오후 4시쯤 가까스로 속개된 오후 본회의에서 민주당 김경재.장영달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김홍일 의원을 두둔했다. 김 의원은 "정치인은 누구나 만날 수 있는 것이 아니냐"며 "이회창 총재는 신원조회하고 밥먹고 커피마시느냐"고 되물었다. 장 의원도 "김홍일 의원은 고문 후유증으로 불편한 몸으로 교도소에 갇혀 기구한 인생을 살았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박승국 의원은 "시중에 이니셜로 떠도는 의혹을 공개, 정부측에 수사를 촉구하는 것이 무엇이 잘못됐냐"고 반박, 민주당 의석에서 거센 야유가 쏟아졌다.
보충질문 때의 분위기는 더욱 험악했다. 민주당 윤철상 의원이 "실명을 공개했으니 근거를 내놓으라"고 추궁하자 한나라당 안 의원은 "정학모씨가 올림픽조직위 부위원장이 된게 누구 추천이냐"며 또다른 의혹을 제기했다. 또 유성근 의원이 "김홍일 의원이 정씨와의 관계를 시인한 이상 수사를 왜 하지 않느냐. 오죽하면 국민들이 조폭정권이라 하겠느냐"며 목소리를 높이자 민주당 의원의 삿대질과 욕설이 터져나왔다. 몇몇 의원들은 발언석까지 뛰어나가 "당장 내려오라"고 소리쳤고 발언을 마치고 나온 유 의원의 가슴을 떠밀어 몸싸움 직전까지 가는 상황이 연출됐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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