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표류하는 衛星放送

전파(電波)를 매개로 하는 방송은 커뮤니케이션의 전파(傳播) 효과가 단연 뛰어나다. 대량전달의 속보성(速報性)을 놓고 볼때 미디어중에서 으뜸으로 봐도 무방하다. 비교적 값싼 수신시(受信機)로도 시청이 가능할 정도로 간편성까지 갖추었기 때문에 의미확산의 기능도 돋보인다. 보존이나 기록성은 신문 등 인쇄미디어에 훨씬 뒤지지만 방송이 가지는 오락기능은 신문에 비할 바가 아니다. 인쇄미디어를 접할때보다 별 고민없이 보거나 들을 수 있는 속성때문에 '체감(體感) 혹은 감성 미디어'로도 불린다.

▲이런 방송환경에 급격한 변화를 불러올 위성방송의 연내 본방송(本放送)이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지난해 12월 위성방송사업자로 선정돼 방송준비를 해온 한국디지털 위성방송(KDB)이 11월에 시험방송을 한후 12월에 본방송 계획이 궤도진입(軌道進入)에 실패한 것이다. 따라서 KDB는 오는 11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 1차시험방송, 내년 1월1일부터 두달간 2차시범방송 등을 거쳐 3월1일에 본방송을 실시한다고 최근에 발표했다. 출범당시 10월 본방송 약속을 두번이나 연기하는 궤도 수정은 정부의 국책사업 추진 능력에 대한 검증까지 거론할 정도다.

▲위성방송의 방송차질은 무리한 추진이 원인이다. 준비기간이 짧은 데도 밀어붙이기 일정(日程)은 실패가 예고된 상태였다고 볼 수 있다. 최소한 2년 이상 치밀한 준비를 한 다음 본방송을 시작해야 함에도 1년으로 잡은 것은 과시 효과만 노린 정부의 과욕이라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다. 수신기 생산도 문제다. 위성방송 수신기(셋톱박스) 보급차질은 본방송을 연기하게 된 이유다. 공급회사인 삼성전자, 현대디지털테크, 휴멕스 중 삼성전자만이 연말까지 1만대 정도를 생산이 가능하고 다른 업체는 생산이 늦잡쳐지고 있다고 한다. 당초 정부는 올해안으로 5만대의 수신기 보급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었다.

▲위성방송의 전파발사 목적은 정보주권(情報主權)의 확보에 있다. 외국전파의 월경을 막아 자국의 문화를 지켜나가자는 국민공감대 형성에 따른 국책사업으로 펼치는 게 위성방송이 아닌가 싶다. 우리는 지난 80년대 중반부터 일본위성방송을 경험하게 됐었고 91년에 개국한 홍콩의 '스타TV'도 안방에서 시청했었다. 외국문화 침투에 속수무책인 셈이었다. 외국전파의 안방침투를 막는 일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그러나 졸속의 위성방송은 새로운 문제를 부른다. 충분한 준비로 한국방송의 수준을 한단계 끌어 올릴 일이다.

최종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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