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나의 제언-색맹 아무렇게나 써도 돼나

색맹자는 신호등 색깔조차 구분할 수 없다고 대부분 생각한다. 그러나 많은 색맹자들은 적색, 주황, 파랑 신호등과 화살표 식별에 아무런 불편이 없다. 그런데도 50년전과 마찬가지로 지금도 색맹검사 책자를 읽지 못하면 '적록 색맹'이라는 낙인을 찍어버린다.

단색을 모두 인식할 수 있으면 일상생활에 전혀 불편이 없으나 낡은 방식으로 '적록색맹'으로 판정된 이들은 평생 심리적 위축과 취업과정의 차별 등으로 각종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아간다. 색맹 판정 방식도 잘못됐지만 색맹이라는 호칭도 바꾸는 게 바람직하다. 색맹이라고 하면 색을 제대로 구별하지 못하는 병으로 알려져 있지만 99% 이상의 이들이 적색과 초록색을 구분하는 데 다소 어려움이 있을 뿐 다른 색상은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색맹이라는 말보다 '색각장애'라는 말이 더 적당하다.

색각 이상이 있더라도 일상생활의 어려움은 없다. 즉, 녹색 색각 이상이 있을 때 여러 가지 색이 섞인 상태에서 초록색을 구별하는 것은 어려우나 신호등의 빨간불과 초록불 구별은 가능하다. 실제로 자신이 색각 이상이 있는지 모르고 지내다가 학교 신체검사에서 비로소 알게 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색각 이상자들은 화가처럼 색 구별을 명확히 해야 하는 직업은 피해야 하나 의사를 비롯, 대부분의 직업 선택에 전혀 문제가 없다.

낡은 기준으로 적록색맹자를 만들고 '색맹'이라는 과격한 용어로 사람들을 위축시키는 낡은 색맹구분 방식은 사려져야 한다.

윤용숙(대구시 복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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