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살면서 분명 잘못인 줄 알면서도 그냥 묻혀 넘어가는 수가 많다. 이런 '적당주의'는 합리적 이성주의에 바탕을 둔 서구보다는 혈연.지연적 정의(情誼)주의에 뿌리를 둔 유교문화권, 그 중에서도 특히 우리나라는 심각하다.
잘못을 깨닫고 이를 행동으로 옮기는 실천주의자,원칙주의자가 이 땅에 적은 것도 이 때문이다.
자기 패거리는 일단 한수 접어주는 연고주의(緣故主義)는 우물 안에 있을때는 좋을지 모르나 세상 밖으로 나오면 오히려 걸림돌이 된다. '참'과 '거짓'에 대한 분별력이 모자라 경쟁에 뒤질 수밖에 없음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문화 중에 반드시 버려할 것이 있다면 바로 연고주의다.그러나 알면서도 버리지 못하는 것이 또한 연고주의인데예순을 훌쩍 넘긴 자수성가한 한 기업인이 이를 타파하겠다고 나섰다니 실로 놀라운 일이다.
젊은이도 하기 힘든 행동을 몸소 실천한다는 그의신선한 도전 정신과 참 용기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전 미래산업 사장 정문술씨(64). 그는 바이오 시스템 산업 육성을 위해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는300억원의 사재를 내놓았지만 고향(전북)이나 모교.정치권에는 10원짜리 하나 안 준 조금은 별난 사람이다.
▲여우도 죽을때는 자기가 살던 굴쪽으로 머리를 둔다는데 기업인으로 산전수전 다 겪은 정씨가 보통사람의 인지상정(人之常情)에 반기를 든 데는남다른 이유가 있다.
"지역에서 욕을 많이 얻어 먹었지만 고향을 따지고 출신학교를 따져서는 이 나라가 발전할 수 없습니다. 연고주의를 깨는데 작은 모범을보이기 위해 고향과 모교에는 돈을 쓰지 않기로 했습니다.
사업가는 정치권과 거리가 멀수록 좋습니다. 요사이 시끄러운 각종 게이트도 그에 대한 방증이 아니겠습니까"
▲지금 우리나라는 정실 자본주의(crony capitalism)가 온갖 비리의 원흉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러나 패거리주의나 연고주의는 새삼스런 지적이아니다. 이미 97년 외환위기 당시 뉴욕 타임스는 한국의 위기원인을 부패. 패거리주의.자기만족의 영문 두문자를 딴 3C라고 지적했다. 지금 IMF를술기롭게 극복한 것으로 알려진 우리나라에 다시 패거리주의가 문제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알고 있었으나 실천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행동없이는 실현될 수 없다는 사실을 예순이 넘은 정씨가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의 기업가적 혁신(innovation)정신이 낭중지추(囊中之錐)가 돼 우리의 정치문화, 기업문화에 부디 새로운 좌표로 설정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윤주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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