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백혈병 어린이 돕는 '헌혈 천사'

지난 8일 계명대 동산병원에 입원중이던 백혈병환자 정모(8)군은 자신에 맞는 혈소판을 구하지 못해 사경을 헤매고 있었다. 사흘째 혈소판 수치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위험한 고비를 맞자 가족들은 발을 굴렀다.

이들 앞에 '천사'가 나타났다.애타는 소식을 듣고 달려온 청년들은 서로 팔을 걷었다. 헌혈모임 '아름다운 사람들의 이야기(이하 아사이)'회원들이다.

헌혈에 대한 사회적 참여가 절박한 요즘, 헌혈에 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20,30대 젊은 직장인과 대학생들. 지난해 4월 PC통신을 통해 만난 이들은 백혈병 어린이를 도울 방법을 궁리하다 가장 손쉬운(?) 피를 나눠주기로 의기투합했다.

"병원에서 골수검사로 고통스러워하는 어린 백혈병환자들을 보고 가슴이 아파 헌혈을 하기로 했습니다" 평범한 유통업체 직원인 회장 김성희(29.여.북구 침산동)씨는 지난해 인터넷 카페를 개설, 뜻을 같이 하는 80여명을 모아 헌혈도 하고 도와줄 백혈병어린이에 관한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

이들중 10여명은 매월 두 차례 피를 뽑을 수 있는 혈소판, 백혈구 등 '성분헌혈'을 주로 한다. 지난 10개월동안의 성분헌혈 횟수만 모두 100여회. 한번에 500cc를 뽑는다고 하니 어림잡아 500cc짜리 맥주 100잔을 넘는 양이다.

매월 1~2차례 피를 뽑는 일이 정례행사로 굳어졌다. 정기적으로 계명대 동산병원을 찾아 헌혈을 하고, 두 명의 백혈병 어린이에게 혈액과 후원금.헌혈증서를 보태고 있다.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헌혈을 해왔다는 회원 이원익(25.한국섬유패션기능대)씨는 헌혈 횟수가 125회. 이씨외에도 회원 중에는 100회이상 헌혈자가 2명, 30회이상이 5명이다.

"신체건강한 성인이 헌혈을 하면 몸도 마음도 건강해질 뿐 아니라 걱정하는 빈혈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다만 여성들의 다이어트에는 도움이 안됩니다". 김성희 회장은 "헌혈은 남들에게 '생명'을 나눠주는 숭고한 일입니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평생 헌혈로 보람을 찾을 생각입니다"고 즐겁게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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