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권이 최대 성공작으로 자랑해왔던 국내 벤처산업 활성화가 최근 잇따라 터진 각종 '벤처 게이트'로 얼룩지면서 벤처산업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의 벤처지원 정책은 내부 부실을 키워왔던 대기업들이 IMF사태라는 격랑을 만나 줄줄이 무너졌음에도 우리 경제의 새로운 토대를 형성하고 나아가 저부가가치에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국가경제의 체질을 개선시키기 위한 묘책이었다.
이같은 벤처 지원정책은 그러나 각종 비리와 얽히면서 현 정권 최대의 실패작이라는 비판까지 받고 있다.
하지만 최근 '윤태식 게이트'로 정부가 벤처정책을 전면 재검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벤처업계는 일단 기대보다는 벤처산업을 위축시키지 않을까하는 우려의 분위기가 팽배한 가운데 조심스럽게 개선 방안을 제기하고 있다.
▧벤처지원 정책 문제점=현 정부의 벤처정책에 대해 업계에서는 '거시적으로는 맞지만 미시적으로는 틀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벤처산업이 우리 경제의 미래를 이끌어갈 역군으로 애정을 갖고 열심히 키워야할 산업임에는 분명하지만 현재의 방법은 잘못됐다는 것이다.
현 정부의 벤처정책에 대해 벤처업계에서는 '퍼주기식 정책'으로 정의내린다.벤처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겸용해야함에도 불구하고 각종세제지원, 자금지원 등 퍼주기에만 급급하고 그에 걸맞은 책임을 요구하는 등 감시.감독은 소홀히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백신업체인 하우리의 권석철 사장은 "예컨대 벤처지원센터에 입주한 벤처기업이 적절한 성과를 내지 못하면 퇴출돼야함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사무실 을차지하고 있고 떠나고 싶으면 언제든지 훌쩍 나가버린다"며 "지원을 했음에도 성과를 내지 못하면 마땅히 그에 따른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소프트웨어 기업인 나모의 박흥호 사장은 정부의 벤처 육성 정책과 관련 '작은정부'가 돼 줄 것을 요구했다.
박사장은 "정부는 시장이 형성될 수 있도록 장터를 만들어주고 잘돌아가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반칙을 하는 기업이 없는지를 감시만 잘하면 된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벤처기업이 발전하려면 앞으로 유망 분야의 시장에 대해 정부가 공공 사업 발주를 늘려서 시장을 만들어줘야 한다"며 "국민 세금으로 각종 벤처자금을 마련, 특정 기업에 제공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고 효과도 없다"고 지적했다.
검색포털사이트인 네이버의 이해진 사장은 "벤처기업의 가치는 시장과 투자가가 판단해야하는 것인데 정부가 벤처인증을 해주다 보니 인증을 받은 기업에 대해 맹신하는 분위기를 낳게 됐다"고 벤처인증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정부가 벤처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이처럼 '퍼주기식 정책'으로 일관한 것은 다분히 전시행정이라는 분석이다.
한 인터넷 기업 사장은 "정부가 단기간 내에 성과를 거두기 위해 서두른 조급증과 국민에게 내보이기위한 전시행정이 '퍼주기식 지원'으로 나타났다"며 "이러다 보니정부의 각종 지원을 받아내기 위한 비리가 싹트는 계기가 됐다"고 지적했다
▧'벤처는 부패했다(?)'=벤처업체의 현업에 몸담고 있는 '테헤란밸리 맨'들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진승현, 이용호, 윤태식 게이트의 가장 큰 피해자는 자신들이라고 항변한다.
모 온라인 게임업체의 B사장은 "벤처기업 사장이라는 명함이 이번처럼 부끄러운적이 없었다"는 말로 최근의 심경을 말했다.
B사장은 "문제를 일으킨 사람들은 머니게임과 로비에 열중했던 일부사람들과 그들과 친분이 있었던 주변사람들인데도 벤처 전체가 부패했다는 사회적 인식이 만연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벤처인들은 이번 벤처게이트 사건이 마치 벤처 전체의 부패로 비쳐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과 함께 정부의 벤처지원 정책이 이를 이유로 위축되거나 뒷걸음질 치는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에 예의 주시하고 있다.
DDS의 이정근 사장은 "그나마 조성된 벤처분위기가 사그라질 가능성이 높다"며"마치 벤처업계를 부패의 온상으로 몰아붙여 마녀사냥식으로 파헤쳐 건실한 벤처까지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향후 전망=벤처게이트라는 '홍역'을 벤처 제자리 찾기의 계기로 삼는다면 국내 벤처업계의 '보약'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설득력을 갖고 있다.
프리챌의 전제완 사장은 "지난해에는 수익성 제고라는 대명제 아래 자본시장의 메커니즘에 따라 옥석이 가려졌다면 올해에는 벤처게이트를 거치면서 벤처가 기업의 도덕성을 검증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드림위즈의 이찬진 사장은 "국내 인터넷 벤처의 역사가 5년도 안됐는데도 불구하고 갑작스런 '대박'을 안겨준 것이 최근 불거지는 문제의 원인"이라며 "5~6년이 지나면 벤처가 성숙단계에 접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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