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하는 오후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그녀에겐 애인이 있어요

매일 수염 자라나는 스무 살의 남자가

어느날 종로를 걸어가는데

그가 다가와 한 마디 한 거예요

이것 봐 하룻밤 놀지 않겠어?

그리고 칙 담배를 피워 물었지요.

그것뿐이예요

요사이는 구질구질하지 않거든요

그리고 그녀는 그가 좋았어요

........

눈꺼풀이 내려 앉은 그녀는 삼십세

고급 술집의 밀실에서

스트립 춤을 추며 그녀는 아직

그 남자와 살고 있지요

몰래 도망쳤다가 번번이

머리끄댕이가 잡혀오고.

-장정일 '그녀'

'시는 아름다움을 추구해야 한다'는 전통적인 시관(詩觀)을 갖고 있는 독자에게는 별 얄궂은 게 다 시가 되네 라는 당혹감을 갖게 하는 시이다.

스물살의 남자가 10세 연상의 술집 스트립걸과 동거하는 다소 비속(?)한 상황 설정은 바로 그러한 기존의 시관에 대한 야유이자 해체이다.

다시말해 전복(뒤엎음)을 통해 진리에 이르고자하는 이런 유형의 시는 도시문명을 배경으로 해서 태어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도 시는 현실에 대한 반영이라는 명제는 설득력이 있다.

김용락〈시인〉

최신 기사

mWiz
18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경찰이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 관련 민중기 특검팀의 직무유기에 대한 수사를 시작하면서 정치권에 긴장이 감돌고 있다. 특검은 2018~2020년 ...
브리핑 데이터를 준비중입니다...
서울 강서구의 한 버스정류장 인근에서 음란행위를 한 80대 남성이 검찰에 송치되었으며, 경찰은 해당 사건에 대해 목격자의 촬영 영상을 근거로 수...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