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이점숙의 나의 또다른 이름은 유수

나의 또 다른 이름은 유수(流水), '흐르는 물'이다. 내 고향 집 뒤에는 시냇물이 흘러, 마음이 울적할 때면 곧잘 빨랫감을 들고 냇가에 나가곤 했다. 흐르는 물에 깨끗이 빨래를 씻고, 머리를 감고 나면 마음이 환해져서 냇가는 유년시절 나의 무대였다.

예비수녀시절의 한 때 교만과 어려움에 휩싸여(?) 수녀원에서 나오려고 했다.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면서 수녀원 근처 논둑 길을 걸었다. 졸~졸~ 흐르는 물소리가 들려 나도 모르게 그 물길을 따라 갔다. 물이 아래로, 아래로 흘러가고 있었다. 위로 솟구쳐 오르는 법이 없었다.

순간 '아하! 지금의 어려움은 내게 낮은 곳으로 겸손되이 흐르라고 재촉하는 것이로구나!' 라고 깨달았다. 그 분의 뜻이 있어 역경이 주어졌음을 스스로 깨닫고 보따리 싸려던 마음을 돌렸다. 그 후 '흐르는 물'을 더욱 더 사랑하게 되었다.

사랑하면 더 깊이 보는 법! 노자의 도덕경에서, '최상의 도(道)는 물과 같다'면서물은 모든 사물에게 이로움을 주고, 낮은 곳에 있다고 한다. 흐르는 물은 아래로, 낮은 곳으로 흘러간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순리대로 살게끔 재촉한다. 유순하게 'Let it be!(그대로 순응하라)'하라고. 또한 물은 유순하여 담기는 그릇에 따라 모양이 달라지고, 투명하여 다른 물체의 색깔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

요즘 사람들은 여유없이 틀에 갇혀 있고, 모난 듯한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흐르는 물의 속성을 되뇌이면서 닮아 가면 어떨까? 아래로, 낮은 곳으로 흘러가듯 넉넉하게 살아갈 수 있는 여유가 주어지지 않는가? 흐르는 물처럼 순리대로 가 보자. 생명과 평화를 더해주면서! 생명이 약동하는 이 봄에 '흐르는 물, 유수(流水)와 같이' 나의 여러 이름 중 유수(流水)라는 이름을 소중하게 여긴다.

가톨릭상지대 교수.관광과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