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하는 오후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미류나무 손금 타고 흐르면서 생각한다.

강의 끝은 어딜까.

맨발에 실려서 아픈 눈을 뜨는 봄,

잎들은 줄을 열고 길눈을 뜨고 있다.

하나 피고 둘 피는 빗줄기의 휘파람 속

땅을 차고 땅을 여는 나무들이 올라온다.

말없는 천 번의 갈림길

마음도 길 밖으로 건너뛰는 봄날

산울음 감아지고 굽이굽이 이어지는 산골짜기,

그리움의 물살 속을 첩 첩으로 돌아간다.

짧은 봄볕 타고 돌아와 갇힌 설익은 우리의

사랑이야기, 봄날의 마음 밭에 무너지고 이어진다. 천리 또는 만리 앞의

한길 지나 두길 건너 낯설고 낯익은

미류나무 손금을 타고

-이옥진 '미류나무 손금 타고'

시 읽기는 내용을 좇아가면서 읽는 방식과 이미지를 따라가면서 읽는 방식이 있다. 리얼리즘 시는 내용을 좇고, 모더니즘은 이미지를 따라가는 경우가 많다. 이 시는 앞의 두 범주에 속하지 않으면서도 묘한 서정과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준다.

봄비가 온 후 잎들이 '줄을 열고 길눈을 뜨고 있다'는 표현은 시인의 예민한 촉각을 느끼게 해준다. 봄볕 타고 온 사랑이야기가 무너지고 이어지는 것은 비단 이 시인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곧 봄이 미류나무 손금을 타고 온다.

김용락〈시인〉

최신 기사

mWiz
18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최근 44.8%로 하락하며, 국민의힘이 39.4%로 상승한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38.1%로 하락하여 양당의...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세계 최대 바이오·제약 전시회 'BIO USA 2026'에서 한국거래소가 코스닥시장 홍보 행사를 개최하여 글로벌 바...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아들 박주신 씨에 대한 병역 비리 의혹을 제기한 양모 씨 등 5명이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를 확정받았다. 이들은...
브리핑 데이터를 준비중입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