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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한다고 말했을 때 사람들은 직장을 그만 두냐고 말했다. 아니라고 대답했더니 그들은 의심하는 눈빛이었다.신랑될 사람의 집안과 직종이 뭘까 하는 의구심과 아울러 순간적으로 별 볼일 없는 모양이구나 하는 눈빛임을 감지할 수 있었다.

그 때 70년대는 그랬다. 직장에 다니는 여자가 결혼을 하면서도 직장을 그만 두지 않으면 시집을 잘 못 가는 것으로 여겨지곤 했다.그래서 여자들은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아니면 졸업 후 1, 2년 정도 사회 경험도 할 겸 직장 근무를 하다가 그만 두는 것이 통례였다.

내 친구들도 대부분 그 때 그만 두었다. 두 번째로 그만 두는 경우는 첫 아이 임신 후 몇 달 지나서 산달이 가까워 올 때였다. 그렇게 배부른, 궁상맞은 모습으로 뭘 기를 쓰고 직장을 가지려느냐는 주변의 핀잔에 그만들 둬 버렸다.

두 개의 관문을 이겨낸 여자들이 가장 통과하기 어려운 세 번 째 관문이 바로 육아기이다. 하나일 때는 그냥 저냥 그래도 버틸 만하다. 두세 살 터울의 아이 둘이 되어 보라. 친정어머니가 병환이 나시거나 파출부 아줌마집에 일이 생겨 갑자기 못 오시게 되는 날, 그야말로 북새통도그런 북새통이 없다.

남편은 큰 아이 맡기러 시가에 가고 아내는 젖먹이 아이 맡기러 친정언니한테 간다. 그래도 이 경우는 좀 낫다.주말 부부의 경우는 더 기가 막힌다. 남편 대신 아이를 맡은 여자 쪽은 그야말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난리가 난다.

거기다가 누군가가'저렇게 예쁜 아이 두고 어떻게 출근 하누' 하고 한 마디라도 거들면 여간 강심장이 아니고서는 버티기 어렵다. 내 후배가 그랬다. 큰 아이는 친정, 작은 아이는 시댁, 남편은 부산, 아내 직장은 대구, 이렇게 2년을 버티더니 좀 사람답게 살자는 남편의 간곡한 부탁에결국 손을 들고 말았다.

지금 그 후배는 직장 놓친 걸 너무나 아쉬워한다. 배운 것이 아무 소용없다고 투덜거린다.늦기는 했으나마직장 여성의 육아문제에 온 나라가 관심을 쏟아 주고 이에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져 보육종합대책을 발표하는 모습에 지옥 같았던 옛날 생각을 한 번 해 보았다.

경북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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