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겐주가 겐주가 겐주가 게갱…'. 삼색띠를 두른 흰 바지 저고리에 쪽빛 쾌자를 입고 머리에 전립을 쓴 상쇠의 꽹과리 장단을 시작으로 한바탕 풍물놀이가 힘차게 흐드러졌다. 관중석에 앉아 지켜보던 사람들도 격려의 박수와 함께 절로 이는 어깨춤을 어쩔 수가 없었다.
봄 햇살이 따사롭던 2일 오후 구미시 무을중학교 교정. 가을 운동회가 열린 것도 아닌데, 전교생 68명을 비롯한 150명의 주민들이 모인 가운데 때아닌 풍물 한마당이 펼쳐졌다.
학교의 특기적성 시간을 활용, 학생들에게 풍물을 전수하기 위해 선보인 무을풍물 놀이마당. 이날 전수 결연행사는내고향 전통문화의 진수를 내고장 후세대들에 물려준다는 문화 공동체의식 확산에 불을 지핀 것으로 그 의미가 남달랐다. 가르치는 어른과 배우는 학생도 자연스럽게 한마음이 됐다.
김현준 무을중 학생회장은 "지역에서 자주 접하던 가락과 몸짓이어서인지 지레 어렵다는 생각이 앞서지는 않았다"며 "풍물의 명맥이 끊어질 것을 우려해온 어른들의 걱정을 조금은 덜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무을풍물의 발원지는 구미의 서북쪽에 있는 수다사(水多寺)이다.
300여년전 이절의 한 스님이 자신의 현몽과 구전되던 내용을 토대로 풍물가락을 만들어 인근 마을로 전파했다는 얘기가 전한다. 그후 19세기말 이군선 상쇠가 이를 집대성하면서 질굿(인사굿)에서 시작하는 12마당의 독창적인 풍물로 자리잡았다고 한다.
무을풍물은 전형적인 전투농악으로 북가락이 웅장하고 장쾌하며 전승계보가 뚜렷한 특징을 가진다. 소고놀음이발달된 예술성과 박진감 넘치는 놀이가 영남풍물의 진수를 보여준다.
무을풍물단장 황진일(66)씨는 "어릴때 쇳소리.북소리가 어우러진 농악에 어깨를 들썩거렸던 기억이 새롭다"며 "고향의소중한 정신문화 유산을 전승하는데 뜻을 모아준 후배들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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