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너도나도 사이버 가족 팸 만들기 유행

사이버 공간에서 알게된 사람들끼리 각각 아빠, 엄마, 삼촌, 이모 등의 가족관계를 만드는 '사이버 패밀리(Cyber Family·약칭 사이버 팸)'가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다.

사이버 팸은 최근 중·고교생 등 청소년들사이에 유행병처럼 번져 인터넷 한 채팅사이트에만 1만개 정도의 팸이 형성될 정도며 ㅍ 사이트의 'e-커플', ㅂ 사이트의 '커플타운' 등은 커플로 등록해 사이버 가족 생활을 경험해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 직장인은 물론 청소년까지 너도나도 '가족'을 만들고 있다.

대구시 ㄷ 고교 2학년 조모(16)군은 "부모님과는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부분이 많지만 '사이버 팸'은 같은 또래여서 쉽게 고민을 공유할 수 있다"며 "친구들 사이에서 사이버 팸 만들기가 유행처럼 퍼지고 있고 2, 3개 팸을 가진 친구도 적잖다"고 말했다.

팸 문화는 그러나 같은 또래의 고민을 토로하는 순기능도 있지만 청소년들을 가출 등 범죄의 길로 유혹하는 역기능도 잇따르고 있다.

대구 ㄱ 고 3년 김모(17)군은 "팸 회원들은 학교에서도 '삼촌' '형' 등의 호칭을 사용하고 결속력을 다지기 위해 방과 후 술집, 카페 등에서 자주 모임을 갖는다"며 "팸의 생일 등을 챙겨주기 위해 무리하게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들도 많다"고 말했다.

팸에 가입, '딸'역할을 해온 이모(15·대구시 수성구)양의 경우 지난해 11월 인터넷 채팅사이트에서 만난 지역 팸 10명과 함께 학교를 무단 결석한 채 최근 제주도 3박4일 팸가족여행을 다녀왔다는 것. 이 양은 지난해에도 2차례 가출을 하는 등 사이버팸 가입 후 실제 가정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영남대 백승대(사회학) 교수는 "가정에서 자신들이 바라는 것을 얻지 못한 청소년들이 사이버 공간을 빌려 대안 공동체를 찾는 것 같다"며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가족구성원간 대화와 상호이해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최두성기자 ds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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