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대륙이 불법 이민문제로 속앓이하고 있다. 요즘 유럽 각국에선 이민문제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이로 인해 현재 유럽의 정치 및 경제,사회복지 정책은 모두 유동적 상태다. 특히 이민 문제는 모든 정책중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인종차별, 정치적 믿음, 혹은 신앙으로 인해 고국땅에서 박해와 억압에 직면했던 이민자들은 유럽의 언론.결사.신앙의 자유에 이끌렸다.특히 북부아프리카와 서남 아시아, 동구 지역 등에서 뼛골이 쑤시는 가난한 삶을 산 이민자들에게 유럽은 매혹적인 소득을 보장하는 '약속의 땅'이다.
전쟁으로 산산조각난 경제난을 경험한 이민자들은 유럽을 풍요의 땅으로 본다. 따라서 일부 정치적 망명자는 실제보다 나은 소득을 찾아나선 경제적 이민자다.하지만 유럽연합의 실업자는 1천500만명이나 된다. 이들 실업자들은 이유를 불문하고 외부인인 이민자의 유입에 분개하고 있다. 또 일부 유럽인들은 난민들이 유럽 각국의 사회복지 시스템이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부담이 되고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또다른 목소리는 경제적 이민자들이그들의 일자리를 차지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이민자들이 몰려드는 특정지역의 전통 지방문화가 희석되고 있다며 비난한다.
이 때문에 이민 사회는 이민자들중 마약, 밀수, 매춘 등 범죄와 관련되었을 경우 정치적 희생양이 되곤한다. 더욱이 경제적 불확실성이 가중됨에 따라 유럽인들은 국적에 집착하고 있다. 특히 독일에선 경제적 박탈지역인 동독지역에서 이민자에 대한 공격이 빈번하다.
◇이민과 인종적 긴장=유럽에서 인종차별에 따른 공격이 점증함에 따라 사회적 긴장도 높아지고 있다. 오스트리아의 외르크 하이더,덴마크의 피아 크자에르가드, 덴마크의 필립 드윈터와 같은 극우파 정당 지도자들은 이민 반대운동과 국민적 동질성의 상실 등에 대한 두려움을 전파해 정치적으로 성공했다.
반면 생활방식을 바꾼 정치적 경제적 이민자들의 자포자기로 인해 범죄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밀입국 주선 역시돈벌이가 되는 장사여서 고도로 조직화하고 있다. 그러나 밀입국은 지난 2000년 6월 영국 도버항에서 컨테이너 로리속에서 58명의 중국인밀입국자들이 질식사한 것과 같은 비극을 초래하기도 한다.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는 희망을 품고 범죄조직의 밀입국 서비스를 이용한 사람들은자신들이 '블랙 마켓'에 이용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밀입국자들은 밀입국 비용을 갚기위해 수십년간 상점에서 땀을 흘려야 한다.새로운 삶을 꿈꾸는 여성과 어린이들은 섹스 노예가 되거나 매춘산업으로 유인되기도 한다.
◇노동력 부족=불법이민과 다른 차원의 이민이 있다. 많은 유럽 국가들은 IT산업과 같은 분야의 숙련 노동자 부족에 직면해 있다. 그래서 자격을 갖춘 이민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이민 제한을 완화했다. 게르하르트 쉬뢰더 독일 총리는 지난 2000년 "우리는 이민자가 필요하다"고 선언하고2만명의 비(非)독일인 컴퓨터 기술자들의 이민을 받아들이는 계획을 발표했다.
바바라 로체 영국 이민장관은 비(非) 영국계 학생들의 체재를 쉽게 했다.그녀는 "과거엔 단지 '이민 통제'에만 골몰했으나 이젠 '이민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럽이 원하는 것은 하이테크 기술자만 아니다. 몇몇 나라는 값싼 육체 노동력이 부족하다. 토착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스페인의 경우 북아프리카 이민자들이 오렌지와 포도따기를 감당하고 있으며 폴란드인과 루마니아인들은 마드리드 빌딩지역에서 일하고 있다. 지난 2000년 스페인 정부는 2만5천명의 불법 이민자들을 사면했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에서 사람들은 보다 오래 살면서 어린 아이들은 점점 적게 낳고 있다. 이 때문에 유럽각국 정부는 향후 20~30년간 대규모로 이민자들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연금 시스템의 기금을 운용할 수 없게 될 것이란 사실을 알고 있다.
유엔은 향후 25년간 고령인구가 늘어나는 추세가 계속되면 유럽은 노동력 확보를 위해 1억6천만명의 이민자가 필요할 것으로 예측했다. 장 피레 쉬브느망 전 프랑스 내무장관도 유럽은 "향후 50년간 5천만~7천500만의 이민자가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탈리아의 경우 1950년대엔 연금자 1명당 8명의 노동자가 일하는 꼴이었으나 최근엔 4명꼴로 줄었다. 이민자가 없다면 2050년경엔 그 비율이 연금자 1명당 1.5명꼴로 줄어들 것이다. 마찬가지로 독일도 연금자에 대한 노동자 비율을 현 수준으로 유지하려면 300만명의 이민자가 필요할 것이다.
이에 따라 유럽연합 15개국의 실무 기구인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무이민 정책은 현실에 맞지 않다"고 주장한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우리의 목표는가능한한 이민과 망명에 대한 논쟁의 문을 크게 열어놓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럽연합 공동대처 합의=유럽연합(EU)은 21,22일 스페인의 세비야에서 열리는 EU 정상회담에서 역내 유입 불법 이민자들에 대해서는강력한 단속을 실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망명 및 난민에 관한 공동 정책을 채택키로 했다.
EU 순번 의장국인 스페인의 호세 마리아 아스나르 총리는 지난 18일 "EU 15개 회원국이 새로운 이민 정책에 완전한 합의에 도달했다"며 "이민 문제가 이번 EU 정상회담에서 최우선 의제로 다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아스나르 의장이 밝힌 새로운 이민정책의 주요 내용은 △망명 권리 및 난민 지위에 관한 합의 △불법 이민자 단속 △인신매매를 행하는 마피아 단속△불법 이민자들이 경유하는 EU 접경 국가와의 국경 통제 및 협력 강화 등이다.
그는 그러나 "불법 이민자들의 유입을 막기위해 유럽의 주요 접경을 폐쇄하는 방안은 배제하고 있으며 유럽에 요새를 축성할 의도는 없다"고 강조했다. 유럽집행위에 따르면 EU 역내에는 현재 약 300만명의 불법 이민자들이 체류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며 최근에는 연간 50만명의 불법 이민자들이 유입되고 있다.
한편 이번 정상회담이 개최되는 세비야에서는 이날 500여명의 불법 이민자들이 EU의 불법 이민자 단속 강화조치에 항의하기 위해 회담에 앞서 48시간 단식투쟁에 돌입한다고 선언했다.
조영창기자 cyc1@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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