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脫알코올 회식' 바람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국민 1인당 음주량이 세계 1, 2위를 다투는 우리나라에서는 회식 때마다 한바탕 '술과의 전쟁'이 벌어지게 마련이다. 으레 1, 2차를 거듭하면서 폭탄주와 잔 돌리기가 이어진다.

한 조사 결과 직장 회식 때 2차까지 가는 경우가 61%이고, 29% 정도는 1차로 끝나지만, 3차 이상도 10%나 됐다. 평균 소요 시간은 3시간30분이며, 5시간 이상 지속돼 자정을 넘기는 경우도 22%에 이르러 '마라톤 음주'의 면모가 뚜렷하다. 그보다 더 문제는 대다수가 분위기상 거절하지 못하거나 강요로 회식에 끌려다닌다는 점이다.

▲특히 여성들은 거부감을 갖고 있으면서도 폭탄주와 과음이 싫어 회식 자리를 피하거나 절주하면 '범죄인'처럼 몰아붙여져 어쩌지 못한다는 반응도 만만치 않다. 심지어 성희롱을 경험한 여성이 30%나 되는데도 그 중 절반 이상이 싫다는 의사 표시를 하지 못할 정도로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경향이다. 이는 우리 사회의 고질적 음주법과 잘못된 회식 문화의 탓이 아닐 수 없다.

▲요즘 술판 위주의 회식 문화를 바꾸려는 움직임이 기업들 사이에 활기를 띠는 모양이다. 주 5일 근무제가 시작되면서 으레 술판이었던 금요일 회식이 사라지면서 '탈(脫)알코올' 바람이 두드러진다고 한다.

이미 어떤 회사는 연극 관람이나 탁구대회 뒤 간단한 식사로 바꿨고, 관행이었던 폭탄주 돌리기를 없앤 곳도 있다. 이 같이 회식을 건전한 모임으로 대체하는 바람은 마구 마셔대는 음주 회식이 일에 지장을 준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도 보여지고 있다.

▲시민단체인 한국여성민우회는 지난달 말부터 '회식 문화 바꾸기' 캠페인을 벌여 왔고, 대구백화점 등 20여개 업체들은 이 운동 참여 선언을 하는 등 사회 운동으로도 번지는 모습이다.

이 캠페인은 술잔 안 돌리기, 퇴폐업소 안 가기, 여성 성희롱 금지, 2차 안 가기 등이 주된 내용이다. 또 여직원 성희롱엔 술 따르기 강요나 끼워 앉히기, 블루스 추기 권유 등도 포함돼 그간 회식 때 여성들이 얼마나 곤혹스러워 하고 거부감을 가져 왔는지를 말해 준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는 것도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회식 성격의 대접이 곧 기름이요, 약발로 여겨지고 있다. 수시로 먹여주고 찔러주지 않으면 분위기가 썰렁해져 버리기도 한다. 부패 사슬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미래를 책임질 청소년들까지 일상화된 듯한 이러한 '부패 문화'에 가담하겠다고 솔직히 말할 정도라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고질병처럼 굳어진 직장인들의 회식 문화뿐 아니라 '거지들의 전매특허'라 혹평을 받기도 하는 '얻어 먹기'식 문화는 청산돼야 한다. 회식 문화 바꾸기가 직장은 물론 사회로 널리 확산돼 '만취 사회'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태수 논설위원

최신 기사

mWiz
18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경찰이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 관련 민중기 특검팀의 직무유기에 대한 수사를 시작하면서 정치권에 긴장이 감돌고 있다. 특검은 2018~2020년 ...
브리핑 데이터를 준비중입니다...
서울 강서구의 한 버스정류장 인근에서 음란행위를 한 80대 남성이 검찰에 송치되었으며, 경찰은 해당 사건에 대해 목격자의 촬영 영상을 근거로 수...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