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밭에 서리가 내렸습니다/ 발에 밟히는 어린 풀들이 서걱서걱/ 얼음 소리를 냅니다/ 아, 풀들 사이에 쥐구멍이 하나 있군요/ 그런데 쥐구멍 둘레에는/ 서리가 모두 녹아 있습니다/…/ 나는 풀밭에 쪼그리고 앉아서/ 바깥일도 전혀 모르고/ 서로 몸 기대고 잠들어 있을/ 쥐구멍 속을 들여다봅니다'(쥐구멍).
이동순(영남대 교수) 시인이 등단 30주년만에 낸 10번째 시집 '아름다운 순간'(문학사상사)은 나무와 새 또는 바람과 풀잎이 쓴 시같다. 자연과 일치된 마음을 보여주는 진경처럼 보인다.
그것은 오늘 우리네 삶이 쥐구멍에서 위안을 받을 만큼 팍팍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 이번 시집은 그래서 내적 성찰의 과정이나 인식의 내용보다는 서정이 두드러져 보인다.
자연 속에서 우주의 섭리를 느끼고, 이국에서의 쓸쓸함 속에서 삶의 이치를 배우고, 이웃들에 대해 잔잔한 애정을 보여주기도 한다. 시가 만들어졌다기보다 눈길과 마음 닿는 곳곳에서 자연스런 어조로 우러난 사랑 노래같다.
시인이 시집 '아름다운 순간'을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이렇게 '나'를 깨트리면서 '우리'를 향해 나아가는 걸음걸이다. 이웃과 자연과 우주로…. 아름다운 세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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