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국제흐름과 따로 도는 대북 核정책

앞으로 열흘이 북한 핵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감대를 모으는 고비다. 4일 아세안+한·중·일 13개국 지도자들은 프놈펜의 '북핵 발표문'을 통해 핵 개발 계획의 즉각적인 중단을 요구했다. 핵 제거에 대한 공감대 즉, 북한에 대한 국제적 압박은 8~9일 도쿄의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회의, 10~12일 서울의 민주주의 공동체 각료회의에서도 계속될 전망이다.

그러한 국제적 합의를 바탕으로 12~14일 미국의 내년 분 대북 중유지원 예산 승인 여부를 결정짓게 된다. 중유예산은 5천만 달러에 지나지 않지만, 미국의 향후 대북 핵 정책을 정리한다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되는 사안이다.

이러한 일사불란(一絲不亂)한 국제적 핵 대응과 달리 우리 정부 정책은 이중성을 띠고 있다. 바깥으로는 북한의 핵 포기에 동조하면서, 안으로는 못난 아들 감싸듯 북한을 두둔하기 바쁘다는 이야기다.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국제사회의 일치된 핵 대응을 끌어내야 할 직접 당사자가 오히려 응집력을 훼손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래서는 정책목표가 얻어질 수 없다. 정부가 진정으로 북한의 핵 개발 포기를 원한다면 국제흐름을 읽고, 거기에 맞는 대응을 해야 할 것이다.

일본은 최근 북한과의 경제협력 조건으로 감군(減軍)을 요구했다. 또 북한의 태도에 인내심을 상실한 나머지 식량지원까지 협상카드로 내세울 기세다. 이웃 나라가 이러한데도 우리 정부는 무사태평이다. 경제협력 카드를 10원짜리 동전처럼 사용, 핵 협상의 여지를 없애놓고 있다. 북한의 요구를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받들어 모시는 형국이다.

북한은 입이 열 개나 되는 나라다. 최근 들어서는 러시아·중국·유엔대표부·독일 대사 등이 줄줄이 나서 북한의 입장을 이리저리 둘러대고 있다.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말을 바꾸고, 억지·거짓말을 예사로 해댄다. 럭비공 같은 북한을 상대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라는 것은 새삼 설명이 필요치 않을 것이다. 그런 우려에 근거하여 우리 정부를 바라보면 어느 장단에 춤을 추는지도 모르는 한심한 모습으로 비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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