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수많은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서 삶을 영위해 간다. 부자관계로부터 형제관계, 사제관계. 친구관계, 연인관계, 부부관계, 동료관계, 상하관계, 비즈니스 관계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수많은 만남의 관계를 경험하게 된다. 한평생 인간관계를 통해서 만나는 사람의 수는 얼마나 될까? 어느 날 수 백장의 명함을 정리하다 문득 이런 생각을 해본다.
수많은 만남중 나는 자연과의 만남도 사람과의 만남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중에서도 '나무'와의 만남을 생각하면 자못 엄숙하기까지 하다. 세월과 계절이 바뀔 때마다 달라지는 오만가지 군상(群像) 중에서 나무만큼 끈질긴 생명력으로 과정과 결과의 교훈을 보여주는 속성이 또 어디 있으랴!
필자의 고향은 3개 군(郡)의 경계선이 맞닥뜨리는 화왕산 굽이굽이의 끝자락. 10여호의 작은 동네다. 어릴 적부터 입학이나 졸업, 입대나 입사, 결혼이나 승진 등 무슨 작은 기념일이라도 있을라치면, 한평생 교직의 길로 향리(鄕里)를 지킨 칠순의 한뫼 선생님은 꼭 한 그루씩의 나무를 심고 정성껏 가꾸곤 하셨다. 나무에 기념표시는 결코 하는 일이 없었지만….
불혹(不惑)을 훌쩍 넘어 버린 지금. 시월에 들른 고향에는 수십년 전에 심었던 백일홍이며 감나무, 느티나무와 향나무, 매실과 모과, 이팝나무랑 가을 오후 황금들판의 노을 속으로 비치는 은행나무의 노오란 얼굴에서, 특히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주목 (朱木) 등의 각양각색 자태는 지나온 세월의 흐름을 말해주며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대박을 꿈꾸고 한탕주의가 판을 치는 지금 옛 선생님의 '나무심는 마음'을 떠올려본다. 나무심는 마음으로 푸른 내일을 위해 각자가 자신의 일터에서 최선을 다한다면, 인생은 보다 풍요로워지고 내실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 한평생 나무 심는 마음으로 살아야 할 텐데…. 작은 바람에도 쉬이 흔들거리는 구겨진 도랑의 키 큰 버드나무 같은 조급한 삶보다는, 때론 느리고 오랜 인내의 시간이 걸릴지라도 알찬 향나무 같은 삶을 살아야지 하고. 낙엽지는 이 가을에 다짐해본다.
(대경대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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