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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노트-'오리온 사태'가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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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공장과 모니터 공장까지 돌아갈 때야 뭔가 나올 거라도 있었지만…. 지금 오리온의 현실이 어디 그렇습니까". 최근 구미시청을 비롯한 각 행정기관 홈페이지 등에는 파업 한달이 넘도록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채 기우뚱거리고 있는 구미공단 오리온전기의 업무 정상화를 바라는 내용의 글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월급이 끊겨 생활고를 겪는다는 가족들의 애절한 사연에서부터 이번 주까지 노사간 교섭이 이뤄지지 못하면 부도위기에 직면한다는 회사관계자,이번 투쟁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길바닥에 나 앉게 된다는 노조, 지역경제를 위해 노사가 서로 양보하라는 주민들의 질타 등이다.

남편이 오리온전기에 다닌다는 한 부인은 "아이가 아파 병원에 갔다오는 길에 이마에 붉은 띠를 두른 오리온전기 노조원들이 시위하는 현장을 목격하고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며 "저녁늦게 집으로 돌아와 한숨만 내쉬고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오리온전기를 타이타닉호에 빗대어 '오리타닉호'란 제목으로 글을 올린 직원은 "오리타닉호가 침몰직전(부도)까지 오게 된 건 십수년전 선원조합(노조)이 생기고 난 후부터"라며 "이제 비조합원들도 더이상 견뎌내지 못하고 배(회사)를 포기하기에 이르렀다"고 적고 있다.

게다가 회사측 관계자는 "지난 99년 이후 4년 연속 적자로 자본금이 완전 잠식된 오리온전기가 지난달에는 재고물량으로 겨우납기를 맞췄지만 이제는 이마저도 여의치 못해 일부 거래선으로부터 클레임을 받고 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에 맞선 노조는 연일 잇따라 성명서를 발표하고 "회사가 경영 잘못으로 생겨난 적자를 무조건 직원들의 일방적인 정리해고로 해결하려 한다"며 "절대생존을 놓고 양보와 흥정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대우계열사 중 한때 가장 우량한 재무구조와 영업실적을 기록하는 등 그야말로 잘 나가던 오리온전기가 왜 어느날 갑자기 최악의 사태를 맞아야 하는지를 노사 모두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시점이다.

김성우기자 swki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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