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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부자집 살림규모에 '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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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청송 덕천마을 심부자집 송소고택(松素古宅)을 보수,정비하던 중 대문채 다락에서 엽전꾸러미가 무더기로 쏟아져 나와 화제를 모으고 있다.조선 후기까지 200여년간 통용돼 온 상평통보(常平通寶)로 어림잡아 3천여 개는 족히 넘을 만큼의 양. 그옛날 쟁쟁했던 심부자집의 재력을 짐작케한다.

하지만 이 엽전들의 정확한 가치가 어느 정도며, 왜 지금껏 행랑채 다락 구석에 숨겨져 있었는지 등에 대해서는 의견들이 분분하다. '노비들의 새경이었을 것이다', '화폐개혁시 바꾸지 못한 엽전들이다','구한말 상평통보의 가치 하락으로 다락에 방치된 것이다' 등등.

이 엽전들은 뒷면에 훈이(訓二)자가 적힌 초기 당이전(當二錢)과 고종20년에 발행된 당오전(當五錢), 훈천(訓天)등의 천자문 표기나 日.月.星 같은 글자가 새겨진 것 등으로 보아 당시 전국에 걸쳐 주조된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청송 심씨 24세손 성섭(39)씨는 "발견 당시 흰색자루에 담겨 있었다"며 "당시 심부자집의 재력이 엄청났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특히 이 엽전 꾸러미들이 발견되면서 지금까지 제대로 아려지지 않았던 심부자의 경제철학이 새롭게 관심을 끌고 있다.

영남지방 양대거부(巨富)의 한 사람이었던 경주 최부자가 독립군에게 군자금을 지원했던 이력으로 유명세를 탈때 청송의 심부자는 그저 '근검·절약으로 돈을 모았다'는 일설(一說)에 정작 중요한 치적이 묻혀왔다는 것이다.

즉 9대째 만석지기로 부와 명성을 쌓아온 송소고택의 장본인 심호택(1862∼1930)의 손자 운섭(雲燮)은 '부의 되물림'을 거부, 해방 후 스스로 땅문서를 소작농들에게 내놓고 "땅은, 갈고 씨앗뿌리고곡식을 거두는 사람이 주인"이라며 모든 재산을 농민들에게 나눠준 것.

오랜 세월을 뛰어넘어 이제서야 햇볕을 본 엽전 꾸러미들은 현재 청송민속박물관에서 전시돼 물질만능에 사로잡힌 현대인들에게많은 교훈을 던져주고 있다.

엄재진기자 2000j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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