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선 D-26 지역민심은...(4)부산권

'단일화'거대변수로 들썩

"40대 이상은 거의 대다수가 이회창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한나라당 후보이기 때문이지 이회창 좋다는 사람은 별로 없다".택시기사 김병학(45.부산시 남구 감만동)씨의 말이다.이 말처럼 부산에서는 '이회창 대세론'이 광범위하게 세를 얻고 있다. 이 후보 지지세는 시장 거리 등 곳곳에서 쉽게 감지된다.

이에 힘입어 한나라당 부산시지부에서는 부산에서의 이 후보 득표율을 70%로까지 높여 잡았다. 시지부 윤태경 부처장은 "현재 판세는 이 후보가 50%를 넘어섰고, 부동층이 20%가량 되는 것으로 추산된다"며 "현재 상승세를 감안할 때 선거전이 진행될수록 이 후보 지지율이 소폭씩 상승, 70% 득표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작 이 후보 개인에 대한 시민 반응은 그다지 호의적이지는 않다.'곧다', '공부도 제대로 했고 깔끔하다'는 등의 긍정적인 말이 있는가 하면, '냉정해 보인다', '독선적이다', '사람 창자를 끄집어 내겠다고 했다더라'는 식의 부정적 반응이 뒤섞여 있다.

그럼에도 이 후보 지지세가 굳건(?)한 것은 반(反) 김대중(DJ)정서에 힘입은 바 큰 것으로 분석된다.남향자(50.여.수영구 남천동)씨는 "부산 경제가 어려워서인지 이번에 (집권당을)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 김영삼(YS)후보 때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못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다 최근 1강2중 판세가 고착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시민들은 오히려 정치적으로 무관심한 모습을 보여왔다. 지난 15일까지만 해도 떠들썩한 것과는 거리가 멀고 대선 분위기를 느끼기도 어려울 정도였다.

부산시의회 박현욱 의원은 "노풍과 정풍이 몰아칠 때에는 식당이나 술집에서 대통령 후보를 화제로 삼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지만 요즘은 대통령 선거 자체를 입에 올리지 않는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옛날 YS가 출마했을 때 수십만명이 모여 환호했던 일이 과연 있기는 했던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고 말했다.그러던 것이 16일 노무현 정몽준 후보단일화 합의 소식이 전해지면서부터 분위기가 변하고 있다.

40대 이상 유권자의 경우 당장 눈에 띄는 변화는 없지만 20, 30대 유권자들의 정치 관심도가 급격하게 높아지고 있다.노, 정 두 후보에 대한 평도 좋아지고 있다.

정승희(29.여.부산진구 초읍동)씨는 "대선에 관심이 없었고, 옛날 양김(김대중과 김영삼)씨간 후보 단일화 논의 때처럼 노, 정 후보간 단일화도 안될 것으로 생각해왔다"며 "두 사람이 단일화에 합의하는 모습이 보기 좋아 이번에 후보단일화가 되면 반드시 투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 대한 실망감과 환멸이 기대감으로 바뀐 셈이다.

노 후보측 부산선대위는 이에 따라 득표 목표치를 상향조정했다.부산선대위 안봉모 대변인은 "지난 민주당 국민경선때 노 후보 지지율이 60% 가까이 치솟은 적이 있는 만큼 목표치를 51%로 수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부산선대위 문재인 상임본부장은 지난 12일 "지역정서가 굳어진 점도 없지는 않지만 95년 지방선거에서 노 후보가 37%를 득표한 것을 감안하면 DJ와 적극적으로 차별화해 나갈 경우 40% 달성은 무난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노, 정 후보 단일화가 상승효과를 가져올 것이란 조짐도 보인다.정 후보가 외교 부문에서 타 후보를 압도하는 국정을 펼칠 것으로 기대돼 지지한다는 회사원 정재원(35.금정구 구서동)씨는 "노 후보가 단일후보가 되더라도 한국 정치사상 처음으로 국민경선에 의해 탄생되는 후보인 만큼 노 후보를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일보=이주환기자 jhwan@busa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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