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유구선 확인될 때마다 희열 느끼죠

"발굴은 그 자체가 하나의 예술입니다". 8년전 영남고고학회의 발의로 창설된 민간발굴전문기관인 영남문화재연구원의 박승규 연구실장은 10년 세월을'흙과의 싸움'으로 보낸 발굴 전문가다.

대구의 시지.임당지구를 비롯해 고령 지산.경주 용광동 등 지역의 주요 유적 대부분에 자신의 손길이 닿았다고 한다. "복이 많은 편이죠. 좋은 자료를 얻고 공부도 많이 했으니…".

박 실장은 이론은 서울에 비해 약하지만 현장만큼은 영남지역이 최고임을 자부한다며, 현장 조사원에게는 다양한 능력과 근성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중요유물이 나오면 기록과 함께 실측을 하고 사진촬영을 한 다음 수거해서 비밀보관을 하며 이에 대한 고고학적 분석과 보존처리도 해야 하기 때문에 정신력과 체력 구비는 물론 측량학.사진학에 대한 지식과 전문분석을 의뢰하는 식견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전세계 고고학자를 대표해서 발굴한다는 각오와 자부심으로 현장에 나가지요. 월척(중요 유물)이라도 나오면 끼니도 잊고 작업에 몰두합니다. 그 맛에 추위도 더위도 마다않고 땅을 파지요".

박 실장은 땅을 잘 닦아 정확한 유구선이 확인될 때마다 희열을 느낀다고 한다. 유구를 따라 흰 선이 완성되면 뭔가 있을 것이란 기대감으로 설레곤 한다는 것이다.

"문화재에 대한 일반의 몰이해와 현장의 민원이 복잡하게 얽힐 때 가장 곤혹스럽지요". 최근 고고학자들의 연구의욕 저하가 걱정이라는 박 실장은 속칭'노가다'로 불리는 현장 조사원들의 작업 여건이라도 조금 개선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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