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성서 공단이 대형화재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공기가 건조하고 바람이 세차게 부는 겨울·봄에 불이 날 경우 인접 공장들로 급속히 번질 위험성을 안고 있는 것.
이는 시멘트나 블록을 쓰는 일반 건물들과 달리, 공장들은 불이 잘 번지는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진 것이 많은데다 법률 역시 불 확산을 막을 적절한 이격 거리를 의무화하지 않음으로써 공장들이 1m도 안될 정도로 다닥다닥 붙어있기 때문이다.
작년 7월엔 이 공단 한 플라스틱의자 공장에서 불이 나 인접 7개 공장까지 태워 1억6천여만원의 피해를 냈다. 같은 블록에 있던 8개의 피해 공장 건물 사이는 1~1.5m에 불과했고 건물 외벽이 불에 잘 타는 샌드위치 패널로 돼 있어 불이 순식간에 인근 공장들로 번진 것.
지난 19일 취재팀과 함께 현장을 재점검한 달서소방서 윤봉환 예방 담당은 "화재를 당한 지 1년4개월 지났지만 개선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말했다. 불이 처음 발생했던 공장 자리에는 다시 샌드위치 패널로 지은 공장이 들어섰고 블록 내에서는 인접 공장과의 거리가 1m도 채 안되는 경우까지 발견됐다.
화재 이후 다른 블록으로 이전해 간 공장 역시 샌드위치 패널로 새 건물을 지은 것으로 밝혀졌고 인접 공장과는 거의 잇닿아 있었다.
작년 12월 화재를 입고 인접 공장까지 태워 9천200여만원의 피해를 냈던 한 침구류 공장은 다시 샌드위치 패널로 재건축했다가 지난 4일 또 화재를 당해 8천여만원의 피해를 입었다.
이같이 성서공단에 '대화재'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지만, 관련 제도 운영은 오히려 이를 조장하는 쪽으로 악화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개탄했다. 건축법은 당초 용도·규모에 따라 1~3m씩 거리를 두고 건물을 짓도록 했으나 1995년에 50㎝ 이상만 띄우면 되고 서로 합의되면 붙여 지을 수도 있도록 개악됐다는 것.
또 건축법은 샌드위치 패널 경우 화재 차단에 이상이 없는 종류만 사용토록 규정하고 있지만, 건교부는 "철판 사이에 가연재가 들어 있더라도 철판이 불연재인 만큼 사용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는 것.
그러나 샌드위치 패널은 불이 날 경우 벌어진 철판 틈 사이로 공기가 들어가면서 내부의 스티로폼·우레탄이 순식간에 불타는 데다 독가스까지 내뿜어 대규모 피해를 피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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