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득할 수 없고, 용납할 수도 없다. 생계를 책임져 온 가장이라 해도 감히 그리할 수는 없다…(중략) 말 못하는 짐승도 제 생명을 내주고 새끼를 품어 지키는데…."
노부모와 아내, 성년 전후의 딸 2명 등 일가족 5명을 모두 살해한 50대 가장 이모씨에게 지난 24일 항소심 재판부가 남긴 판결의 일부다.
울먹이며 판결문을 낭독한 재판장은 감정을 추스리려는 듯 잠시 말을 멈추기를 거듭했다. 이씨는 눈을 감고 고개를 푹 숙인 상태로 법원의 선고를 듣고, 이내 퇴정했다.
'용인 수지구 일가족 존속살인 사건' 항소심 선고 등 이번 주 보도된 각종 사건사고를 모아 정리했다.
◆"사업 실패, 경제적 부담 안기기 싫어"…가족 목숨 전부 앗은 가장, '무기징역'
수원고법 형사2-1부(고법판사 김민기 김종우 박광서)는 이날 존속살해 및 살인,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등 혐의로 기소된 이씨의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에서 압수한 증거물 일부에 법리 오해가 있었고, 피고인의 업무상 배임 혐의(징역 1년 선고)는 원심판결 이후 형이 확정돼 판결에 고려되지 못했다"며 원심판결을 파기했지만, 형량은 같았다.
이씨는 지난 4월 14일 오후 8시에서 15일 0시쯤 경기 용인시 소재 자택에서 80대 부모와 50대 부인, 10~20대 두 명의 딸 등에게 수면제를 먹이고 살해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공소사실 등에 따르면 이씨는 광주광역시 일대에서 민간임대아파트 신축·분양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다 형사고소를 여럿 당했다. 여기에 수십억원 상당의 채무까지 짊어진 이씨는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이씨는 지난 4월 15일 새벽 승용차를 이용해 사업차 거주하던 광주의 한 오피스텔로 도주했지만, 이날 오전 경찰에 체포됐다.
검찰은 지난달 열린 항소심 결심 공판 당시 "(피고인은) 사업 실패로 인한 경제적 부담을 안겨주기 싫다는 이유로 가족들을 계획적으로 살해했다"며 "죄질이 매우 중하고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사형을 구형했다.
재판부 역시 "피고인은 낳아 길러준 부모를 살해해 천륜을 저버렸고, 평생을 함께한 반려자를 살해했다"며 "말 못하는 짐승도 제 생명을 내주고 새끼를 품어 지키는데 (피고인은) 어엿한 성년이 돼 꿈을 실현하던 두 딸을 살해했다"고 이씨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딸과 배우자가 저항하는데도 (범행을) 멈추지 않았다. 피고인의 범행은 차마 입에 담기조차 버겁다"고 강하게 질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채무 등으로 남은 가족들이 힘들게 살 것으로 생각해 살해한 것으로 보이지만, 역지사지로 곱씹어봐도 범행을 납득할 수 없다"며 "피고인이 무슨 권한으로 가족의 삶과 행복을 함부로 판단하나. 가정은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가장 소중한 공동체인데, 피고인의 범행은 가정 파괴에 그친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지키는 보편적 가치를 훼손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또 "피고인의 범행은 과연 우리 사회가 이를 용인할 수 있는지 묻고 있다"며 "(재판부는) 이 질문에 답하기가 몹시 두렵다"고 말했다.
재판장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이씨에게 "살아 숨 쉬는 모든 순간 피해자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속죄하라"고도 했다.
다만 재판부는 검찰이 요청한 사형 선고에 대해서는 신중히 판단했다.
재판부는 "2004년 이후 사형이 확정된 15건의 사건을 살피고 여러 양형 요소를 고려했다"며 "(사형 선고 사건은) 강도·강간 등 중대 범죄와 살인죄가 결합해 있고, 잔혹한 사건으로 이 사건과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을) 엄중한 형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점은 인정되지만, 사형에 처하는 게 정당하다고 볼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명백히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생명을 박탈하는 것보다 사형 이외 형벌로 중한 형을 선고함으로써, 영구히 사회에 격리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판단된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의 명복을 빈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이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스스로 머리에 가스총 '빵'…대낮 도심 총성에 놀란 시민들
대구중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전 9시쯤 대구 중구 삼덕동의 한 건물에서 40대 남성 A씨가 호신용 가스총을 자신의 머리에 쏜 채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다.
A씨는 해당 건물에서 근무 중인 직원으로, 소지한 가스총(분사기)은 지난 2014년 법적 절차에 따라 '호신용'으로 허가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이곳 건물 관리자에 따르면 A씨는 당일 오전 7시 50분쯤 건물 지하주차장에 차를 대고, 엘리베이터를 통해 9층으로 올라갔다. 이후 비상구 계단에 머물던 A씨는 얼마 뒤 10층으로 올라가 총기를 발사했다.
건물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A씨가 10층에 도착한 뒤 비틀거리는 모습 등이 담겼다. 그 이전 장면에는 A씨의 걸음걸이에 특별한 점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시민들에게 발견된 A씨는 인근 병원으로 이송, 치료를 받았다. A씨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대낮 도심에 총성이 울린 탓에 건물 안 시민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해당 건물에서 근무 중인 한 시민은 "같은 층에 있었는데 '빵' 하는 소리가 들려 폭발 사고가 난 줄 알았다"며 "밖으로 나가 보니 사람이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어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정확한 사고 경위와 배경을 조사하고 있다.
◆민간 사격장서 숨진 20대 男…손에는 권총, 머리엔 총상
지난 23일 소방당국과 경찰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5시 14분쯤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의 한 민간 사격장에서 20대 남성 A씨가 숨졌다.
A씨는 사격장에서 돈을 낸 뒤 실탄 10발을 쏘던 도중, 머리 부위에 총상을 입고 현장에서 숨진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A씨가 자신이 들고 있던 권총에서 발사된 총탄에 맞은 것으로 판단했다.
경찰은 A씨가 스스로 방아쇠를 당겼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이번 사고와 관련, 사격장 측의 관리·감독이 허술했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사격 및 사격장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사격장은 경찰서장 또는 시·도경찰청장의 허가를 받아 설치·운영해야 하며, 허가 기관은 연 1회 이상 정기 점검을 실시해야 한다.
이외에도 사격장은 14세 미만 미성년자와 음주자, 심신 상실자, 위해 발생 우려가 있는 사람 등의 이용을 제한해야 한다. 당초 A씨는 조현병을 앓았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관련 기록 대신 우울증 병력이 발견됐다.
경찰은 해당 사격장이 영업을 무기한 정지하도록 조치하는 한편, 운영 과정에서의 과실 여부를 포함해 전반적인 관리 실태를 추가 조사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격장의 운영상 과실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며 "구체적인 사고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 109 또는 자살예방 SNS 상담 '마들랜'을 통해 24시간 전문가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역주행하다 마주친 상대방, 깔고 지나가 숨지게 한 40대…'징역 5년'
지난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평택지원 형사1부(신정일 부장판사)는 최근 상해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5월 8일 오후 7시쯤 평택시 포승읍의 한 아파트 인근 일방통행 도로에서 승용차를 몰고 역주행하던 중, 이에 항의하던 상대 차량 동승자 60대 B씨를 깔고 지나가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경찰 조사 등에 따르면 A씨는 반대 방향에서 정상 주행 중이던 화물차와 마주치고도 비켜주지 않는 등 시비를 벌였다. 대치가 이어지자 B씨는 A씨의 차량으로 향해, 운전석 창문을 붙잡고 항의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A씨는 차량을 멈추지 않고 그대로 전진했다. 그리고선 중심을 잃고 도로에 쓰러진 B씨를 그대로 깔고 지나쳤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상해의 고의가 없었고, 결과도 예견할 수 없었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운행 중인 승용차 운전석 창문 부위를 잡고 따라오는 피해자를 인식하고 있었다"며 "안전조치 없이 운행을 계속하면 경우에 따라서 피해자가 승용차에 충돌하거나 넘어진 후 역과당해 상해를 넘어 사망의 결과에까지 이를 수 있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범행은 충분히 참혹한 결과를 예상할 수 있음에도 다툼이 있었다는 사정 등으로 피해자의 안전을 무시한 채 운전해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것으로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며 "피고인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기 보다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변명을 하는 것으로 보이고, 이에 유족들은 피고인의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가족 모두 살해한 30대 男 "부모 폭행하니 형이 때리며 훈계"…'무기징역'
인천지법 부천지원 형사1부(부장판사 여현주)는 지난 24일 선고 공판에서 존속살해와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된 A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또한 재판부는 A씨에게 15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부착할 것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살인죄는 사람의 생명을 침해하는 중대 범죄로 사람 생명은 한번 침해되면 어떤 방법으로도 회복 불가능하다"며 "피고인은 부모를 폭행하고 형이 훈계하려고 자신을 폭행하자 아버지와 형을 살해한 뒤 귀가한 어머니마저도 살해했다"고 말했다.
또 "범행 대상과 3명이라는 피해자 숫자, 피고인과의 관계 등을 종합하면 사형을 구형한 검사 의견도 수긍할 부분이 있다"면서도 "재범 위험성 평가와 사이코패스 결과에서 정신병으로 인한 재범 위험성은 없는 것으로 분류된다"고 짚었다.
재판부는 "먼저 가신 피고인 부모님이 아들을 하늘에서 보길 원할지, 아니면 다시 참회하고 인생을 살아가길 원할지 생각했다"며 "피고인의 생명을 박탈하기보단 그 외 벌로써 가장 중한 무기징역을 선고해 평생 숨진 가족들에게 속죄하도록 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검찰은 앞서 지난 10월 열린 결심 공판에서 A씨에게 사형을 구형한 바 있다. A씨는 지난 7월 10일 김포시 하성면의 단독주택에서 60∼70대 부모와 30대 형 등 3명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이날 오전 11시쯤 아버지와 형을 먼저 살해했고, 외출했다 오후 1시쯤 귀가한 어머니도 흉기로 찌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범행 다음 날 "집 앞에 핏자국이 있다"는 A씨 어머니 지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해, 방에서 자고 있던 A씨를 긴급체포했다.
A씨는 프리랜서로 웹사이트 제작 일을 하다 일감이 없어 지난 6월 중순쯤부터 부모 집에서 함께 생활했다. A씨는 당일 자신을 걱정하는 말을 한 부모를 폭행하다가 형에게 맞자, 이에 악감정을 품고 범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범행 전 인터넷에 '정신병 살인' 등 키워드를 검색하고 관련 기사를 보기도 했으나, 수사·재판 과정에서 우발적 범행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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