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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피격 은폐' 전원 무죄…유족 "국가 발표의 무게 외면한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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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서해에서 발생한 공무원 피격 사건을 은폐하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26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법원을 나서며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0년 서해에서 발생한 공무원 피격 사건을 은폐하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26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법원을 나서며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은폐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등 문재인 정부 안보라인 인사들이 1심에서 전부 무죄를 선고받자 피해자 고(故) 이대준씨 유족 측 법률대리인 김기윤 변호사는 27일 입장문을 내고 "법원은 국가의 판단과 표현이 초래할 수 있는 고인과 유족에 대한 심각한 인권 침해를 충분히 인식하지 못한 채, 생명 보호 의무를 간과한 채 판결했다"고 밝혔다.

지난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지귀연)는 서해 피살 사건 관련 사실을 은폐·삭제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서욱 전 국방장관 등 피고인 5명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공소 사실을 인정할 충분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2020년 9월 서해에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당시 47세)씨가 북한군 총격으로 숨진 뒤 시신이 소각된 사실을 은폐하려 하고, 이씨를 '자진 월북'한 것처럼 몰아간 혐의 등으로 2022년 12월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정부 당국이 '월북 가능성이 있다' '월북이라고 판단한다'고 표현한 것은 제한된 정보만을 전제로 한 가치 평가 내지 의견 표현에 불과해 허위 여부를 따지기 어렵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개인의 사적 의견과 국가의 공식 발표를 동일한 기준으로 취급했다"고 반박했다.

김 변호사는 "국가의 공식 발표는 단순한 의견이 아니라 사실상 사회적 진실로 받아들여진다"며 "사건에 대한 인식을 결정하고, 피해자와 유가족의 명예와 인격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원은 이러한 차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했다.

재판부가 '월북 시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데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김 변호사는 "이는 여러 가능성 중 하나를 조심스럽게 떠올리는 수준에 불과하다"며 "이런 인식만으로 국가가 '월북'이라는 표현을 선택해 공식 발표까지 하는 것은 결코 허용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오히려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면 국가는 더욱 조심스럽고 중립적인 표현을 선택해야 한다"고도 했다.

김 변호사는 그러면서 검찰의 항소를 촉구했다. 그는 "검찰이 항소하지 않는다면 이는 단순히 무죄 판결을 수용하는 차원을 넘어 국가의 잘못된 판단과 표현으로 훼손된 한 국민의 명예를 회복할 마지막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했다.

또 "항소를 통해 상급심의 판단을 구하는 것은 처벌을 위한 집착이 아니라, 고인의 명예를 회복하고 국가가 국민의 생명 앞에서 어디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을 다시 세우기 위한 최소한의 절차"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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