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경북 대선민심 향배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단일 후보로 확정됨에 따라 '이회창 독주' 체제를 유지해온 대구·경북 지역의 향후 대선 민심 향배도 변화의 계기를 맞을 전망이다.

일단 노 후보와 통합 21일 정몽준 후보 단일화는 한동안 지역 바닥 민심을 장악해온 한나라당 이 후보 대세론에 상당한 심리적 타격을 입힐 것으로 보여진다. 또 후보 단일화의 시너지 효과가 대구·경북에서도 '제 2의 노풍'으로 탄력을 받을 경우에는 지지 구도 자체의 의미 있는 변화도 예측 해 볼 수 있다.

그러나 노 후보 단일화가 오히려 '반 DJ 정서'의 기폭제로 작용, 반창 구도에 대한 경계 심리로 이 후보 지지표를 더욱 강화시키는 역효과를 불러 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지역 민심의 변화 가능성은 이미 24일 단일 후보가 확정되기 이전부터 엿보여 왔다. 후보 단일화 원칙이 발표된 직후인 지난 23일 매일신문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지지도를 보면 노 후보가 단일 후보가 될 경우의 지지도는 22.6%로 지난 16일 조사보다 5.5%가 올라 있다. 이에 반해 이 후보는 60.5%에서 52.8%로 지지도가 추락했다.

또 단일 후보를 배제한 단순 지지도에서도 이 후보는 48.7%로 3.5% 하락했으나 노 후보는 13.2%로 0.3%, 정 후보는 17.6%로 0.6%씩 미약하지만 상승의 기미를 보였다. 이 후보 지지도가 하락 추세로 돌아선 것은 지난 10월 조사 이후 처음이다.

따라서 후보 단일화에 따른 시너지 효과와 노 후보측의 '세대 교체론'이 맞물릴 경우에는 지역에서도 '제 2의 노풍'이 재현될 여지를 충분히 남겨두고 있다. 특히 후보 단일화가 반창 세력의 구심점을 만들어 냄으로써 20·30대의 투표 참여율을 끌어올리고 민주당 지지표와 정 후보 지지층이 결합해 30%에 가까운 지지도를 만들어 낸다면 민주당으로서는 지역 선거 전략에서 일단 큰 성공을 거두게 된다.

이 경우 이회창 대세론의 진원지며 대구·경북을 주 지지기반으로 삼고 있는 한나라당으로서는 상대적으로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역에서 일정 지분을 갖고 있던 정 후보 지지층이 어느정도나 노 후보 지지층으로 옮겨 갈 것인가와 후보 단일화에 따른 '제 2의 노풍'이 일더라도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는 미지수다.

여기에다 지난 총선과 지방선거 과정에서 보여진 지역 표심을 볼때 후보 단일화의 역효과로 이 후보 지지표가 더욱 견고해질 가능성도 높다.

실제 한나라당은 단일 후보로 정 후보보다 노 후보를 선호해 왔다. 특히 한나라당 지역 의원들은 노 후보가 단일 후보로 될 경우 지역 표심은 선거 운동이 필요 없을 것이란 주장을 펴왔다.

한나라당 시지부 선대본부장을 맡고 있는 백승홍 의원은 "민주당 노 후보가 단일후보가 됨으로써 지역에서는 반 DJ 정서가 크게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보·혁 구도 논리가 보수적인 지역에서 먹혀들고 노·정 후보를 두고 갈등을 보였던 호남표가 결집될 경우 한나라당 이 후보는 지역 구도에 따른 반사 이익도 예상된다.

이재협기자 ljh2000@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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