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002년 여성계 결산

올해도 지역여성계는 지위향상과 사회참여 확대를 위한 활발한 활동을 한 해로 기록 될 것 같다. 지난해 여성부의 출범과 모성보호법 개정 시행 등 법적·제도적 토대가 어느정도 마련된 상태에서 올해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를 치르는 정치의 해를 맞아 여성계의 목소리는 어느해 보다 높을 수밖에 없었다.

지역 여성단체들은 지난 6월 월드컵응원을 위해 태극기를 휘감고 길거리로 나선 여성들이 남성을 능가하는 에너지를 분출했다고 자평했다. 여성의 존재를 집단적으로 드러낸 '월드컵 신드롬'은 그동안 보아왔던 여성상을 일시에 깨버린 것.

여성단체들은 이런 현상을 우리 사회의 가부장적 제도와 권위에 억눌려 있던 여성들을 일깨우고 활력화할 수 있는 좋은 계기로 판단하고 이를 극대화하려고 노력했다.

여성단체들은 여성의 성(性) 정체성을 왜곡하는 호주제 폐지에 한목소리로 나섰다. 호주제 폐지 캠페인을 전개한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대구지부, 대구여성회, 포항여성회 등은 호주제를 대표적인 남녀차별규정으로 보고 각각 대안마련을 위한 토론회, 거리캠페인, 서명운동 등을 벌였다.

이들 단체들은 일제 식민지 잔재인 호주제를 우리고유의 전통으로 잘못알고 있다는 점을 수년 전부터 줄기차게 주장해왔다. 호주제 폐지는 단지 일부 가정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점에서 대선후보들의 공약으로 이어졌다.

6·13 지방선거에서 여성의원의 약진도 올해의 성과. 지난 2기에는 4명에 불과했던 경북의 경우 도의회 비례대표 4명, 시군의원 4명 등 여성의원 8명이 당선됐다. 기초의회 4명은 경합지역에서 선전 끝에 당선돼 화제를 모았다.

전국적으로도 기초단체장과 광역·기초의원에 모두 394명이 출마, 여성구청장 2명 등 모두 142명이 당선됐다. 지난 2기 여성당선자 96명에 비하면 50%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정책결정에 참여하는 여성들의 폭도 늘어났다. 대구시의 경우 여성지도자과정 개설(계명대 여성대학원 위탁), 차세대(여대생) 지도자 캠프 등 여성지도자 개발훈련을 통해 양성평등을 위한 여건을 어느정도 마련했다는 평가다. 각종위원회 여성비율도 지난해 19.5%에서 올해 24.2%로 늘어났다. 경북도의 경우 위원회 여성위원 참여율은 34.8%에 달하고 있다.

유교사상에 따라 여성들의 출입을 막아왔던 안동 도산서원의 상덕사(사당)가 430여년만에 금녀의 빗장을 푼것도 눈길을 끌었다. 안동 선비문화수련원에서 교육을 받고 있던 여교사 15명이 남자들과 나란히 퇴계선생의 위패 앞에서 참배하는 의식을 가진 것. 보수적인 유림과의 신선한 만남으로 비쳐지기도 했다.

한편 여성계는 남녀고용평등법이 시행된지 올해로 15년째를 맞았지만 여성근로자들이 여전히 고용기회와 정년적용 등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며 개선을 주장했다. 또 모성보호관련법 개정 1주년이 되었음에도 불구, 출산휴가, 육아휴직 사용이 저조하다는 실태조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그밖에 '국내여성 1호'기록이 지역에서 잇따라 탄생한 점도 주목받았다. 제연희 김천세무서장이 첫 여성 세무서장 기록을 추가했고,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대구분소 한옥희씨가 이달의 과학기술자상에 여성과학자로는 지난 1997년 상 제정이후 처음 선정됐다. 또 대구대 김인숙 교수는 교수협의회 의장 1호로 선출됐다.

노진규기자 jgro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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