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하는 오후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잡목림 마른 풀섶을 헤치며 모습을 드러낸 늙은 엽사는 흰 가루를 털며 말했다

-상처 입은 사슴이 가장 높이 뛴다.

밤새 모국어의 가시에 상처 입은 나는 흰 눈위에 핏자국을 남긴 사슴의 최후의 점프를 생각하며 걸었다 바다처럼 번득이는 언어의 슬픈 물빛을 찾아 지팡이를 짚고 걸었다

·····················

피는 붉은 것만은 아니다 피는 울음처럼 맑을 수 있다 흰 꽃잎이 눈송이처럼 무너지고 있는 눈부신 길을 걷는 나는 나의 상처다

-허만하,'상처'일부

뇌일혈로 쓰러져 한쪽 몸이 불편한 최근 이 시인의 자화상이라 할 수 있다.

가해자(엽사)와 피해자(사슴)와 내(시인)가 하나의 진술자로 되어 있다.

시의 언어를 두고 밤새 탐색하며 몸부림하고 있는 치열성이 있다.

그의 시에는 땅밑에 흐르는 용암같은 에너지가 있다.

(권기호)

최신 기사

mWiz
18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19일 발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은 55%로 직전 조사 대비 1% 하락했으며, 부정 평가는 36%로 2% 증가했다. 긍정적...
금과 은 관련 상장지수상품(ETP) 수익률이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과 실물시장 공급 부족으로 급등하며, 국내 'KODEX 은선물 ET...
방송인 박나래와 관련된 '주사이모' 불법 의료행위 논란이 확산되며, 유튜버 입짧은햇님이 직접 시인하고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입짧은햇님은 '주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